인생도처유상수제952호지금은 아무리 손전화를 넣어도 연락이 닿지 않는 오 ‘사장님’은 지난 10여 년간 나와 같이 한 달이면 4∼5일을 지금 사는 이곳을 개척(?)한 일동무였다. 평생을 농사로 시작해 삽질과 막일로 늙은 60대 후반의 일당 잡부, 즉 ‘노가다’ 출신인 그를 나는 항상 ‘사장님’으로 존칭했다. 내가 고추 모종...
꿀출장 메이요~제952호나의 첫 해외출장지는 중국이었다. 2005년 7월. 덥고 텁텁하기 이를데 없는 중국 산시성 황토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대절한 차는 에어컨이 당연히 되지 않았고, 창문이 당연히 닫히지 않았고, 차 바닥에 당연히 뚫린 구멍으로 아우슈비츠 독가스처럼 비포장도로의 황토먼지가 올라왔다. 중국이라는 땅덩어리에 대한 감각이 ...
늪지인간 쭈구리의 악어 탈출 제952호2주 만에 다시 돌아왔다, 속도 밸도 없이. 그만 쓰고자 했다. 2년 동안 처자식 팔아먹고 친구놈들까지 죄다 팔아먹어 더는 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왜 왔냐고? 사실 다시 보니 팔다 남은 게 좀 있더라. 무엇보다 폐지만은 있을 수 없다(망가지는 칼럼이 필요하다)는 편집장의 간곡(을 빗댄...
해먹는 놈 너무 많은 이라크제952호“국민 여러분, 지금 이 시간 제 명령에 따라 용맹스런 미군 장병들이….” 그러니까, 2003년 3월20일 새벽이었다. 현지에선, 채 날이 밝기도 전 깜깜하던 시각이었다. 등이 이라크 침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생방송으로 전한 게 말이다. 그로부터 8년8개월...
그랜드투어 외제952호그랜드투어 설혜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만3천원 ‘그랜드투어’는 근대 초 유럽의 청소년들이 교육의 일환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장기간 여행하던 것을 일컫는 용어. 저자는 당시 여행을 떠났던 그랜드투어리스트들이 부모와 주고받은 편지, 동행 교사가 남긴 글 같은 개인적인 기록부터 여행 ...
‘신’은 언제나 ‘인간’을 괴롭힌다제952호책 만드는 편집자들은 작가 스티븐 킹을 편애한다. 그가 “글쓰기는 인간의 일, 편집은 신(神)의 일”이라고 했으니까. 내게도 ‘신의 한 수’를 가르쳐준 분이 많지만, ‘인간’을 괴롭히는 내공이라면 단연 이분이다. 민중신학자로 존경받는 한백 교회의 김진호 목사님. 한때 ‘당대’를 (여러 의미에서) 휘저었던 모 ...
“인류는 원전을 제어할 수 없다”제952호그날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가면을 쓰고 있던 핵(원자력)발전의 가공할 민낯에 인류는 경악했다. 몇몇 국가들은 탈핵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독일과 대만 등은 그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탈핵, 인간 자유와 존엄에 대한 문제 대재앙의 진원지 ...
SBS ‘야왕’제952호시너 뿌리고 태워 죽인 게… `박인권 화백의 만화 <야왕전>을 선행학습한 뒤 SBS <야왕>을 비교해 보는 재미는 은근히 쏠쏠한데, 그 하드코어하면서도 호방하기 짝이 없는 전개를 어떻게 옮겼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야왕전>의 백도야는...
단단한 정돈 혹은 소외된 여성제952호‘거장’ 가능성의 강력한 단서 숨 막힐 정도로 제어되고 통제된 구성의 산물, 그러면서도 풍부한 감상의 여지 제공해 한국 영화계에서 박찬욱은 이미 거장으로 분류된다. 사실 나는 박찬욱을 거장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의 영화 가운데 좋아하는 것이 있고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같은 영화 ...
‘당신’이라는 상실을 기다리다제952호옛날 영화를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영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를 다시 보았을 때, 14년 전의 ‘명보극장’을 자세히 기억해내지 못했다. 극장은 사라졌고, 그 시절의 불투명한 감각은 제멋대로 떠올랐다 무력하게 사라졌다. 소년이 서 있던 도서관 창문에는 하얀 커튼이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