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같은 집안에 앉아제951호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풍경이다. 폭격이라도 맞은 듯 거실에는 뽀로로 인형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다. 유아용 블록, 딸랑이와 치발기, 아기띠와 손수건, 각종 장난감까지 잡다한 것들이 구석구석 널브러져 있다. 부엌에는 아기가 먹고 마신 잔해와 이유식기 등이 쌓여 있다. 아기가 울어대 널다 만 빨래...
내 마음은 그리로 망명 간다제951호내비게이션에 찍어도 그 마을로 가는 경로를 알려주지 않는다. ‘스머프 마을’, 어린 시절 내 이상향이었다. 입주만 허락된다면 피부색쯤이야 바꿔도 좋다고 생각했다. 온몸이 쪽빛이면 고려청자가 아닌가. 사시사철 하얀 반바지와 흰 모자 차림도 감당하겠다. 스머프가 명품을 탐하랴. 다른 아이들의 메이커 운동화를 힐…
‘디아스포라’에 관한 연대기제951호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노라고 역설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어느 누구에게는 ‘복원’을 향한 비장함으로 다가올 테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퇴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닥쳐올 것이다. ‘제2 한강의 기적’은 확실히 향수 어린 수사 그 이상이다. 지금의 정책과 제도, 문화에까지 구석구…
위대한 바다- 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외제951호 위대한 바다- 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데이비드 아볼라피아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펴냄, 4만8천원 이동과 양식의 통로가 된 지중해의 실용적 중요성과 제국들의 흥망에서 지중해가 담당한 역동적 역할을 강조한 이 책은, 선원·상인·이주민·해적·순례자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선사시대부터 21...
과묵한 ‘건맨’ 위대한 거장 되다제951호나는 그의 빅팬이다. 이 말은 이 글이 객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에 대한 애호를 숨긴 채 그를 품평할 자신이 내겐 없다. 사실 그의 팬이라는 말은 마치 비틀스의 팬이라는 말처럼 별다른 취향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데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가 다수인 ...
리얼 색칠공부제951호“공주는 밖에 있는 걸 좋아해요.” 종이에 쓰인 문장은 하나, 당연하다. 어서 빨리 크레파스를 들고 달콤한 풍경을 그려줘야 한다. 이미 그려져 있으니까 색만 칠하면 된다. 새를 까마귀로 만들거나 꽃잎에 파란색을 칠하면 엄마들은 의심할 것이 분명하다. 아이의 정신 상태를, 또는 아방가르드한 꼬마 화가...
빈라덴을 겨눈 ‘어떤 정의’제951호2011년 5월1일 자정에서 30분을 넘긴 시각, 미군 헬리콥터 두 대가 파키스탄 항공을 향해 날았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목표물까지 45분 거리. 작전요원 24명은 그날 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암살하고 돌아왔다. 22시간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늘 정의가 이루...
<그 겨울…> 시청률 1위, 노희경의 균열제951호‘사랑에 대하여.’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마지막 회에서 지오(현빈)와 준영(송혜교)이 공동 연출한 극중극 제목이었다. ‘죽음을 넘나드는 진정한 사랑’을 그린 이 정통 멜로는 무려 27%의 첫 회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묘사된다. 여기에는 작가 노희...
‘만화 같은 일’ 가득하시길제951호‘만화 같다’는 말은 만화를 비하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세상에 이처럼 매력적인 말이 또 있을까?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만화, 그 만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세상은 한 권의 만화책과도 같을 것이니 말이다. 지금부터 50년쯤 전, 한 프랑스 사내가 아내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남편이 가장 좋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커피 마시러제951호180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시인 페테르 알텐베르크는 빈의 카페를 예찬하며 이런 시를 남겼다. “걱정이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카페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애인이 약속을 어겼다면 카페로! 신발이 닳고 닳은 자, 카페로! 월급은 400크라운인데 지출이 500크라운이라면 카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