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든 아름다운 ‘노들’길제969호야학(夜學)이 아니라 야학(野學)이다. 노들야학은 장애인야학이다. 노들야학에 들어서면 발을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전동휠체어를 막거나 전동휠체어에 발이 슬쩍 밟히게 된다. 그만큼 이곳엔 중증장애인이 많다. 국어·수학·사회 같은 과목을 배우지만 노들장애인야학은 정체성을 밤에 배우는 학교에 두지 않는...
더없이 가뿐한 문턱 한없이 버거운 장벽제969호남자는 쉰아홉 살이다. 걸음걸이가 영 불편하다. 절 룩거리며 보폭을 조금씩밖에 떼어놓지 못한다. 몇 해 전부터 다리가 아프고 저리고 하더니 점점 심해 지고 있다. 이제는 팔도 시원치 않고 손가락에도 마 비 증세가 나타난다. 여러 해 동안 약 먹고 물리치 료 받으러 다녔건만, 진통은 그때뿐이고 진행은 계 속된다. 젊…
기자는 ‘어두운 진실’ 앞에 눈감는 게 옳다?제969호 황진미씨는 최성진 <한겨레> 기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공판을 빠짐없이 ‘관람’했습니다. 공판이 다룬 사건은 짧게 요약하자면 지난해 10월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만나 정수장학회 소유의 MBC 지분을 매각해 그 자금에 대한 이자로 부산·경남 지역 ‘반...
최강희 감독은 마키아벨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제969호나는 <한겨레21>의 이 지면과 그 밖의 기회를 통해 1년여 동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어쩔 수 없었던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서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때 동고동락한 오랜 선배이자 동료인 전임...
정말 유가 갑이다, 육갑제968호워낙 헛소리를 들으면 말이 안 나온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다가 때를 놓치게 된다. 쌍욕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그 래서 뭐하나.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고 둘러대는 것은 의미 없다. 그냥 쌍욕할 타이밍을 놓친 거다. 젠장. 10 년 전엔 안 그랬다. ...
진짜 고비는 2015년 아시안컵제968호‘까방권’은 ‘까임 방지권’의 줄임말이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계에서는 드물게, 아니 그 스펙트럼을 사회 전체 ‘공인’으로 확대해도 드물게, ‘까방권’을 적어도 두 장은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장은 2002년에 획득했다. 한국 축구사를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영원히 반복될 그 ...
타히티 앞에서 부끄럽지 않던가제968호누구나 예상했다. 당신들이 경기장에 드러누울 거라는 것. 역시나 후반전 휘슬이 울리자마자 당신들은 취침 소등에 들어갔다. 발을 스치면 얼굴을 감싸쥐며 드러누웠고, 어깨를 부딪히면 발목을 붙잡고 뒹굴었다. 높이 날아올라 공을 잡은 골키퍼는 착지와 동시에 지뢰를 밟은 듯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경기장에 누워 고…
캠핑을 하며 영화를 즐기다 외제968호캠핑을 하며 영화를 즐기다 ‘즐거운 관객’을 모토로 한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제1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7월 18~29일 경기도 부천 일대에서 열린다. ‘즐거 운 관객’을 모토로 한 올해 영화제의 상영작 은 총 230편(장편 135편, 단편 95편)이다. 개 ...
酒도면밀과 대학로 곱창녀 사건제968호지난 수요일 저녁, 모처에서 모인사들과 술을 처먹고 있는데 심비홍(914호 ‘빨간 레이스팬티와 트라우마’ 참조)에게 전화가 왔다. 주말에 강원도 영월로 캠핑을 가자고 했다. 캠핑, 고만 좀 가자~. 그러다가 골로 가겠다. 녀석은 영월 ‘리버힐즈’는 ‘1박2일’에 나온 곳으로 정말 야무지다고 거듭 말했다. ...
보수적 가치로 급진적 싸움을제968호눈이 떠진다. 새벽 3시. 새색시처 럼 공들여 단장부터 한다. 주먹밥 두 개를 만들어 허리춤에 찬다. 대문을 나 선다. 갈 길은 먼데 다리가 비척거린다. 구부정한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빨려든 다. …아침 6시 어느 산등성이. 젊은 육신이 면 왕복도 했겠지만, 기다시피 해서 3시간 만 에 겨우 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