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명이 갖고 있다가 잃어버린 것제970호<어 제 까 지 의 세계> 재러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 펴냄/2만9천원 <어제까지의 세계>(The World Until Yesterday·2012)는 스테디셀러로 자 리잡은 <총·균·쇠>(19...
시작은 미약했고 끝은 저열했다제970호그해 여름은 무지 더웠고 일도 많았다. 월드컵과 기말고사가 겹쳤다. 둘 다 망했다. 종강을 하고 농활이냐, 전지협 투쟁이냐, 이런 걸로 지 지고 볶다가 그냥 농활을 갔다. 그렇게 간 농활도 참 그랬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영어나 형광색이 들어간 옷은 입으면 안 된다고 했다. 단체로 맞춘 농활 티셔...
개시나리오가 부른 개판오분전제970호(970호에서 계속) 아마 이맘때였던 것 같다. 대학 2학년 때 개아범 (920호 ‘팔선녀의 지령과 주폭마누라’ 참조)의 명륜동 자취방에서 우린, 뭐 재밌는 일이 없냐고 뒹굴거리고 있었다. 개아범이 갑자기 말했다. “심비홍 골려먹자!” 녀석은 곧바로 쪽대본 개시나리오를 짰다. 당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영화...
내 닭다리 같은 온실제970호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식물과는 그리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완곡어법이 아니라 아부에 속할 정도였다. 아내의 주특기는 ‘선인장 물 안 줘 고사시키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 손목에 파스를 붙일 정도로 호미질하고 김매는 아내를 보면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 …
21C 정보 전체주의의 내면제970호“기원전 3세기 사람들은 ‘인류의 지 식은 모두 지중해 알렉산드리아의 도 서관에 소장돼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사용 가능한 정보는, 모든 지구인에게 나누어줄 경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소 장돼 있던 정보 전체의 320배에 달하는 양 을 1명이 갖게 되는 엄청난 규모다.” ‘진짜이면서 가짜인, 야누...
궁서체, 엽서체는 사양입니다제970호책을 안 읽는 시대라고 하지만 저자를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아니 더 많아졌다. 매년 문학상 투고 편수가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미국 아마존에서 전자책으 로 셀프 출판을 했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들이 나온다. 영국 경제를 부활시 켰다는 <해리 포터>의 조앤 K. 롤링도 여러 출판사에...
인간과 지구를 좀먹다제970호정부의 전력난 경고를 비웃듯 최근 에어컨 판매가 급 증하고 있다. 업계에선 전년 대비 판매량이 3배가량 늘 면서 직원들의 여름휴가도 미뤘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전력회사가 에어컨 사용 자제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요금 체계를 강화해 전기 절약을 유도하지만, 덥고 습한 장마 철에 에어컨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
항공여행 앞둔 소심남녀를 위한 안내서제970호 '1시간이 1년 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었다. 지 난 7월8일 아침, 제주를 출발해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던 중 사고가 발생 해 중국인 2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다쳤다는 안타까 운 소식이 전해...
디지털 고릴라, 희한하게 말이 되네제970호‘이건 뭔가 굉장한 것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미스터 고>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저게 도대체 뭘까.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발상도 놀라운데 그 고릴라의 비주얼이 후덜덜하고 ‘킹콩’을 연상시키는 폭주 장면이나 야구장의 열기를 부감으로 잡은 화면의 스케일도 입이 딱 ...
시간과 자기 사이, 운명의 장치제970호기억이 고통과 행복 중 어느 편에 속하는지 묻는 것은 무기력한 일이다. 기억은 어둡고 뻑뻑한 시간 속에 현재를 감금하기도 하 며, 무의미한 현재를 견디게 하는 축복이 되기도 한다. 기억은 아름다움의 형식 이 되기도 하며, 미지의 타인들과 연결되어 있는 시간의 지층들을 감각하게 한 다. 그것을 기억의 미학적 차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