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가는 새누리당에 묻어가기제1015호1인시위는 ‘발명품’이다. 2000년 12월4일, 삼성의 변칙 증여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를 촉구하는 최초의 1인시위가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옥상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궁여지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국세청이 있는 빌딩 안에는 온두라스 대사관이 있었고, 집시법은 외국의 외교기관 반경 100m 이내...
위대(胃大)한 그들제1015호먹여주고픈 입 “참 예쁘게 잘 먹네.” “복스럽게 잘도 넘기네.” 나는 평생 이런 종류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밥상머리에서 깨작거린다고 혼나기 일쑤였다. 군대 시절 취사병도, 하숙집 아주머니도 은근 내 눈치를 보았단다. 네 놈 성의 없는 젓가락질만 보면 억장이 무너졌다고. ‘뭐...
두르면 넓어지는 벽이여제1014호지난 3월호에 돌담의 아름다움과 돌담 쌓기의 즐거움에 관해 쓰면서 꼭 더불어 소개해야 할 주제가 생나무 울타리라고 생각했다. 거창하게 ‘미학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눈을 즐겁게 한다는 측면에서 돌담과 생나무 울타리는 공통점이 있다. 돌담과 생나무 울타리가 선사하는 ‘눈사치’의 핵심은…
포르노? ‘썸’의 완성도!제1014호얼마 전 작가, 번역가, 편집자들과 로맨스 소설에 대한 잡담을 나누었다. 주로 19금 로맨스에 테마가 집중됐다. 나는 장르소설 출판에 도전장을 내미는 출판사 대표 자격으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거기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을 두 권이나 펴낸 작가분도 있었다. 그는 옆 편집자 손에 들린 <그레이의 ...
오래된 가계부 생명의 이름을 달다제1014호‘어디까지나 내 혼자만의 취미며 쓰지 않을 수 없는 성질이다.’ 원래 텍스트의 의미는 그랬다. 혼자만의 것이지만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절박함은 가계부의 가장 귀퉁이에 남았다. 오영순 할머니의 오래된 가계부를 뒤적이면 이런 구절을 만난다. ‘조기 40원, 조개 20원, 사탕 30원, 목욕·고데 ...
다 놔버리고 갈 데까지제1014호*<인간중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독이란 것은 본래 불가사의한 구석이 있다. 제3자가 볼 때는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여성 흡연자는 주로 숨어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 서울 퇴계로의 어느 외지고 으슥한 카페는 인근 온갖 회사 끽연 여직원들의 아지트였다. 센스 있는...
삽질할 공간은 소중하다제1014호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있던 허름한 공터는 샛길이면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공간이었고, 참새가 썩어가는 걸 관찰할 수 있는, 그러면서 약간의 일탈이 일어나기도 하는, 참 쓸모없으면서도 나름 동네의 다목적 배출구 역할을 하는 잉여로운 공간이었다. 아무리 ‘공동지’라 해도 요즘 공원과는 기색이 영 다르다. 공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