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의 경고 “권력은 매독”제1017호러시아 10월혁명, 1·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68혁명…. 혁명과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를 온몸으로 겪었던 아나키스트 알프레드 바르텔르미. “신도 조국도 주인도 없다”를 부르짖었던 그가 살아온 역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프랑스 작가이자 건축·미술비평가 미셸 라공의 장편 역사소설 <...
행복하자제1017호유독 크고, 붉었다. 제주 바다의 달은 ‘아름다웠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친구들은 황당해했다. “야, 저건 해잖아.” 저녁 무렵,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달이라고 착각했다. 달이 나올 시간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친구들은 두고두고 이 일을 놀려먹는다. 어찌하여, 해와 달을 착각했단 말인...
이번 글도 좀 읽을 만합니다제1017호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언 중 하나일 엘런 드제너러스는 2007년 제76회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시작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저에겐 참 대단한 밤입니다. 전 요만한 꼬마일 적부터 언제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고 싶었어요. 그러니 꿈이 이루어진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카데미에서 상을 ...
누구도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제1017호“8관, 왼쪽으로 입장하세요.” ‘우리 모두는 어딘가의 알바생이었다’라는 메인 카피의 영화를 안내하는 영화관 알바생은 같은 말을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8관은 입장하는 관객의 기준에서 오른쪽에 있었지만 그 누구도 알바생의 말을 듣고 왼쪽으로 가는 사람이 없었다. 영화표에 8관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붉은...
입양 보내라, 구원 받으리라?제1017호2005년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샘 앨리슨은 라이베리아 고아원에서 4명의 어린이를 입양했다. 샘은 이미 4명의 자녀가 있었고 입양 뒤 1명을 더 낳았지만, 2006년에는 라이베리아에서 2명을 더 입양했다. 이런 사정이 있었다. 샘 앨리슨은 부인 시린 앨리슨의 부모인 캠벨 부부와 같은 농장에서...
품행제로 피부색제1017호【품행 단정】 [명사] 품성과 행실이 얌전하고 바르다. 과거 도덕 교과서와 학교 급훈에서 자주 등장했던 이 단어가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 무서운 칼로 변한다. 국적법 제5조 3호는 귀화 요건에 “품행이 단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행정청에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한 이 규정은 한국으로 귀화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열정 소환의 의식 슈퍼마리오 대전제1017호문화 소비의 한국적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열성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엇이건, 얼마이건 상관없다. 대세가 되는 순간, 아니 대세라는 것을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라고 쓰고 ‘알리바이’라고 읽어도 좋다) 서면 우리는 정말 열성적으로 집착한다. 내가 누구든, 얼마나 필요하든. ...
아슬아슬 TV와 SNS의 동거제1017호일단 소원을 말해봐? (SBS)는 일단 반갑다. 오랜 독립여행자로서 흥미롭다. 출연자들에게 최저 여행경비만 준다. 제작진도 가이드도 개입하지 않는다. 숙소도 교통편도 직접 잡고, 모든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아이돌이 노숙 도중에 파리의 습격을 받고, 렌트한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어버린...
추억의 국물 활자의 술판제1017호언젠가부터 술 한잔 할 일이 생기면 중국집에서 시작해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로 건너가는 게 공식처럼 돼버렸다. 서울 연남동 중국집 ‘하하’(哈哈)의 군만두나, ‘향미’(鄕味) 류산슬 한 접시와 칭다오 맥주로 시작하는 저녁 술자리는 시장기를 무섭게 먹어치운다. 이자카야에선 주로 마구로낫토나 고노와다를 시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