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천국이 눈앞에제1019호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후덥지근한 여름밤, 어김없이 ‘그 남자’를 찾았다. 당시 내 ‘재미’의 총집합체는 ‘그 남자’였다. 그의 손놀림에 심장은 100배 요동쳤다. 춤추듯 휘젓는 그의 손짓은 내 영혼을 나른한 천국행 버스에 태웠다. 몸도 반응했다. 가장 먼저 혀에서 신호가 왔다. 흥건한 침이 고였다....
바다와 콩밭 입안에서 넘실제1019호이게 다 할머니, 외할머니 때문이다. 어릴 적 할머니들께서 해주셨던 음식 때문에 서울에서는 도무지 더 맛있는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친가인 전남 곡성에서는 산골짜기의 나물을, 외가인 보성에서는 갯벌과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먹고 자랐으니 미각을 키우는 데 더없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할머니들은 손녀의 입에 제철…
부드러운 달콤함제1019호여름. 입맛은 없지만 뭔가 자꾸 먹게 되는 계절! 다른 계절보다 메뉴 선택이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자취생이라 어렵고 까다로운 요리보다는 쉽고 간단한 요리를 좋아한다. 내가 추천하는 여름 요리는 <어제 뭐 먹었어?>라는 만화책에 등장한 요리 중에 여름휴가를 맞이한 주인공이 집안...
5분 만에 후다닥 후루룩제1019호수은주가 최고조에 달하는 여름의 한낮, 5분 만에 후다닥 만들 수 있으면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좋아 먹고 또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열무막국수. 더울 때 먹으면 기분 전환이 되는 음식입니다. 점심에 먹어요. 왠지 저녁에는 안 어울리는 음식이에요. 조경규 <오무라이스 잼잼>...
와사삭 베어물 때의 쾌감제1019호여름엔 오미자다. 그리고, 여름엔 빙수다. 오미자 생과를 베어물면 시고, 달고, 맵고, 짜고, 쓰기까지 한 다섯 가지 맛이 오묘하게 입안에서 퍼져나간다. 먹을 때마다 맛이 달라 질리지 않는다. 하물며 얼음이 된 오미자를 와삭 베어물 때의 쾌감은, 시원하다 못해 저릿하다. 오미자빙수는 만들기 ...
쌈 싸서 먹는 추억의 맛제1019호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은 물론 국수나 냉면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내게 이걸 먹지 않으면 여름을 다 맛보지 못했다는 기분이 드는 음식은 따로 있다. 바로 강된장과 호박잎쌈이다. 어릴 적 고향집 평상에서 호박잎이며 양배추쌈을 먹으며 숱한 여름을 보낸 까닭일 테다. 한동안 맛보지 못한 호박잎을 몇 년 전 시장에서...
여름의 맛, 와삭와삭 후루룩제1019호더운 바람, 끈끈한 공기, 아스팔트 위 숨 막히는 열기. 불쾌지수가 높은 어느 여름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높고 청명한 하늘, 흰 구름, 푸른 바다, 민소매 옷. 더위를 빼고 본 여름은 그러나 옷차림도 가볍고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휴가도 있고, 왠지 조금은 풀어져도 될 ...
나의 청산은 아내와 함께 푸르러제1019호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다. 우리네 최고라는 명문대 총장을 지낸 존경받던 원로 학자가 백수(白壽)를 몇 해 앞두고 임종 때 손자와 나눈 대화다. “할아버지, 일생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그런대로 행복했다.” “행복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건강해야 하고, 어느 정도 먹고 살 것이 있어야 ...
애무는 천천히, 다정하게제1019호서점에 가면 꽤 많은 종류의 연애기술서를 볼 수 있다. 누군가는 한탄한다. “무슨 사랑을 배워서 하냐.”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연애서가 연애에 별 도움이 안 됨을 이미 독자들은 알고 있어서, 의외로 이런 책을 잘 만들기도 팔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사랑은 기술이 아님을 알지만, 그렇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