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94제1014호1994년 6월 부산의 한 남자고등학교. ‘94년 여름’이라는 역사적인 더위와 싸우던 고3 교실에서 작은 시위(?)가 있었다. 미국 월드컵 첫 경기인 한국과 스페인의 시합이 있는 6월18일은 전국 모의고사 날이었고, 경기 시작은 아침 8시30분으로 1교시 시험 시간과 겹쳤다. 월드컵이 열리는 ...
똥장수의 시선으로 읽는 중국 근현대사제1014호20세기, 중국 베이징에 똥을 치우고 파는 ‘똥장수’가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이 부족한 시절, 도시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남들이 꺼리는 ‘냄새나는’ 일을 했지만 천대의 시선을 받았다. 일은 고되고 생활은 궁핍했다. 임금이 적어 식비와 연료비에 쓰고 나면 병원비나 약값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거의 ...
3년 빡세게 키워라, 말년이 편해지리라?제1014호질문 1. “군대 갔다고 생각해” “3년만 빡세게 해”. 누구에게 하는 얘길까? 질문 2.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울음을 삼켜야 했던 죽음과도 같던 시간들” “힘들다고 어디 말도 못하고 혼자 괴로워하던 숱한 밤들”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 파워블로거 하은맘 <닥군&...
‘정몽즙’이 모욕이 아닌 이유제1014호미국에서는 무식하다는 말을 할 때 누군가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일이 많단다. 얼마나 멍청한 실수였는지 말하기 위해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이름을 따서 ‘원 스탤론’ ‘투 스탤론’ 하는 식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코앞인 한국에서도 모욕어 사전 페이지가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적으…
‘반짝반짝 빛나는’ 침묵의 세계로제1014호<반짝이는 박수 소리>에는 장애인 다큐에 기대하는 것이 없다. 역경도, 눈물도 없다. 그렇다고 화해도 없다. 단지 햇살이 가득한 집으로 당신을 초대할 뿐이다. 말이 없어서 더욱 고요한 세계는 말이 없어서 더욱 서로의 손짓에 집중해야 하고, 서로의 표정에 민감해야 한다. 엄마가 노래방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외제1013호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줄리언 반스 최신작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영국의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 팻 캐바나가 2008년 유명을 달리했다. 거리에서 쓰러진 뒤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3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문단 사교계의 호스티스였던 팻 캐바나는 영국 소설가 줄리언 ...
노동자에서 대중으로, 시민에서 쓰레기로제1013호사회학의 언어에서 ‘대중’이 의미 있는 주체로 등장한 때는 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그저 많은 수의 사람을 뜻하는 구태어. 소비로만 취향을 드러내는 탈계급적 존재들에게서 “내재적 삶의 의지의 소유자 또는 자신을 외부 세계에 관계하고 변화하려는 충만한 역능의 담지자”(들뢰즈)라는 의미를 건져낸 것도 ...
공순이에서 노동자로 나의 역사를 쓰다제1013호그는 ‘이름 없는’ 7번 시다였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하고 13살 때부터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작은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높이가 1m도 안 되는 좁은 다락방에서 하루 13∼14시간 기계처럼 움직였다.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받은 청계피복지부(청계노조)를 알게 된 뒤 삶이 달라졌다. ...
“조만간 꼭 뵙고 인사드릴게요”제1013호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으나 옷깃만 스쳐간 인연들, 참으로 많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는 많고도 많지만, 선뜻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한 줌이다. 취재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직업적 윤리 때문만은 아니다. 초년병 시절, 취재 과정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주로 40대 아저씨들이었다. 그들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