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가난을 기록하다제1012호서울 지하철 동묘역 3번 출구에서 그를 만났다. 5월13일 오후 4시, 어깨에 사진기를 멘 그는 동묘역 돌담길을 따라 늘어선 벼룩시장 골목으로 앞장섰다. 인도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보더니 “원래 노점상들이 인도에 있었는데, 저걸 설치하니까 도로로 나오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가드레일은 단속반이 되어 인도에 있던 ...
인간이 인간인 이유제1012호 작가 기계가 있다면 나는 아직 데뷔를 하지 못한 시나리오작가다. 지난해 가을부터 드라마 기획사와 계약을 하고 16부작 스릴러 드라마를 쓰고 있는데, 전체 줄거리와 1~2부 대본까지 쓰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3~4부를 쓰려고 하니 5번씩 고쳐쓴 이전까지의 작업이 애초에 잘못되었다는...
오글거리는데 눈물이 난다제1012호해가 갈수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흥미로워진다. 뭔가 특이한 영화를 “나도 봤다”고 자랑하고 싶고, 평범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는 건 왠지 창피하던 시절에는 못 느꼈던 일이다. 그냥 뻔하디뻔한 줄거리를 스펙터클에 바른 것 같은 영화들이 싫었고, 그중에서도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영화는 ...
독재자라기보단 연쇄살인범제1012호<히틀러에 붙이는 주석>(돌베개 펴냄), 책 제목이 참 소박하다. 히틀러에 관한 많은 이야기에 그저 몇 가지 주석을 덧붙인다는 의미라니. 겸손한 이 책을 향한 관심은 뜨겁다. 역사학자 골로 만, 히틀러 연구가 요아힘 페스트 등이 격찬하고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히틀러 관련 서적으로...
외식하지 않기 위해 하는 외식제1012호얼마간의 흩어진 삶을 마치고 2000년 2월 모든 식구가 이곳에 다시 모여 도시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을 가장 감동시킨 사건은 자장면 배달이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는 않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친구들이 놀러왔다가 ‘동막골’이란 별칭을 붙여준 이곳은 20가구 남짓 사는...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제1012호2002년 한-일 월드컵. 히딩크의 거듭된 선수 실험이 불안했던 한국 언론은 한국의 골결정력을 해결하려면 한국 축구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인 미드필더 윤정환의 기용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윤정환이 중용될 경우 최종 엔트리 탈락 대상으로 대표팀에서 역할이 모호하던 21살의 신예 박지성의 이름을 거론했다....
아이들이 일단 멈춘 의료민영화, 완전히 멈추자제1012호“이윤보다 생명이다.” 우리에게 이 구호가 이처럼 절박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 적이 있던가. 아직도 사실이 아니었으면 싶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말은 가슴을 찢는다. 정부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규제 완화’가 …
축구의 한 시대가 가다제1012호밤잠을 이겨가며 박지성을 연호하던 행복한 주말도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겨졌다. 그는 단호했다.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치 마지막 순간 일생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는 백조처럼 박지성에게는 이별도 축제였다. 박지성이 부르는 백조의 노래는 한 시대의 끝을 고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
박범신 〈소소한 풍경〉 외제1011호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만3500원 ‘갈망 3부작’과 ‘자본주의 폭력성을 비판한 3부작’에 이은 박범신의 장편소설.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또 다른 여자,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자 소설...
김석철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외제1011호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김석철 지음, 창비 펴냄, 2만3천원 서울 예술의전당, 경기도 한샘 시화공장,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지난 50년간 다양한 건축물과 도시계획을 선보인 세계적인 건축가·도시설계가 김석철 교수의 인생 전반을 담은 대담집. 책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의 건축수업, 중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