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거친 언덕에 잔디를 깔아제1025호내가 사는 곳은 상수원 보호구역부터 시작해 몇 겹의 정부 규제로 묶여 있어 방 한 칸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아파트로 치면 베란다에 해당하는) 마루를 늘리는 것도 여간 면사무소의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이런 연유로 서울서 과히 멀다고 할 수 없음에도 자연히 젊은 층의 유입이 어려워 환갑임에도 마을 청년회 가입...
연기가 진심이 된다제1025호“저 커플은 들어가는 거게, 나오는 거게?” “에이, 저건 딱 나오는 모습이네.” 서울 봉천동 어느 골목에서 두 사람이 캔맥주에 과자를 먹으며 앉아 있었다. 20대 시절 초등학교 동창과 나는 지하철 한 정거장 간격으로 자취를 했는데, 호주머니가 심하게 가벼웠던 둘은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시간을 ...
새것도 헌것처럼제1025호‘크래시 배기지’(Crash Baggage)라는 이탈리아산 여행가방이 있다. 이 하드 케이스는 표면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다. 새로 산 여행가방이 비행기 수화물칸에서 치이거나 거리에서 이리저리 부딪혀 파이면 참 마음 아프다. 그런데 이 가방은 그럴 염려가 없다. 미리 손상돼 있는 것이...
“심심풀이 땅콩도 좋으니 연락해”제1025호 이번엔 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해보련다. 뮤지션과 기자의 조합은 그리 흔치 않다. 주변 기자들 중에 뮤지션과 결혼한 사람도 없거니와 남편 주변에도 기자와 결혼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종종 둘이 어쩌다 만난 건지 물어보곤 한다. 기자로서 뮤지션을 취재하다가 만났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
청춘들아, 낭만 좀 흥건하면 안 되겠니제1025호청춘은 짧다. 지나는 순간에도 지나갈 것을 염려한다. 우리는 20대에 <서른 즈음에>를 불렀고, 산울림이 노래한 <청춘>은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이다. 사전이 정의하는 청춘은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젊은 시절이다. 대한민국 청춘(20대)은 ...
우리는 (일회용)으로 이루어져 있다제1025호한 사람이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다. 세상에선 이 자세를 ‘견상(犬狀)자세’라고 말한다. 개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처럼 보이는 이 요가 자세는 좌골 신경통 치료에 탁월하단다. 여기에 반기를 드는 청년이 있다. ‘원치 않는 견상자세는 엎드려뻗쳐 아니야?’ 좌골 신경통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청춘은 생존을 앓고 있…
또다시 76만5천V 올 것이 왔구나제1025호얼마 전 경기도 양평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인이 사는 동네에 ‘신경기변전소’라는 대규모 변전소가 들어서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이 다섯 군데 후보지를 정했는데, 그중 한 군데가 자기 동네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고 ...
TV 속 출산율은 급상승!제1025호화면에 비친 아이를 갈망하다 “우는 아이는 나가주세요. 소리 지르는 아이는 나가주세요… 기저귀 절대 갈지 마세요.” 좁은 카페나 식당에서 자기 아이들이 요란하게 뛰어노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 ‘무개념 맘’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다. 아예 아이들의 출입을 금하며 ‘노 키즈 존’(No K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