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가꾸고 있다제1027호지난 글에서 융단 같은 잔디의 환상에서 깨어나 잔디의 실용성에 우선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하면 성격 깔끔한 귀농(촌)자들이 혹시 가질지 모를 ‘잔디=골프장=사치와 환경파괴’라는 엄격한 등식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떼잔디를 입혀 산소를 돌보듯 넘치지 않는 품위로 내 삶의 공간에 떼를 입히면 되는 것…
당신은 말하고 우리는 듣습니다제1027호“상품은 스스로를 사용가치로 실현시킬 수 있기 이전에 자신을 가치로 실현시켜야만 한다. 한편 상품은 스스로를 가치로 실현시키기 이전에 자신의 사용가치를 입증해야만 한다.” 마르크스가 ‘판매’에 대해서 한 말은 <자본론>에서 이 말뿐이다. 상품에 내재한 가치는 판매라는 엄청난 ‘도약’을 통해서만이 실현된다....
한때 한강변 땔나무처럼 쌓였던제1027호저녁 먹을 때면 으스름이 내린다. 계절이 그 계절이다. 서울 인사동에 생태탕을 먹으러 갔다. 아주머니는 대구로 바꾸었노라고 그랬다. 이미 메뉴판도 명태를 지웠다(사진). 계절 따라 입이 기억하는 것은 있어도 세상 물정은 몰라도 한참 몰랐다. 한국에서 주로 생태로 들어오던 것은 일본산이다. ‘원산지 ...
농약급식과 600인의 고기도둑제1027호사람에게 짖거나 으르렁대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는 개를 보고 ‘착하다’고 한다. 이것은 사람 중심적인 언어다. 그 개는 ‘순한’ 것이다. 순한 개를 착하다고 표현하는 곳에서, 성깔 있고 까칠한 개는 착하지 않은, 못된 개가 된다. 인류는 오랫동안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를 ‘착하다’고 말하며,...
강남 좌파는 왜 ‘왕싸가지’가 됐나제1027호진보의 ‘싸가지 결핍증’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회고록에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 데 이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책 <싸가지 없는 진보>(인물과사상사 펴냄)에서 여태...
우리는 모두 출중한 싱글제1027호2013년 겨울,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옛 남친에 대한 잔상, 절친의 결혼 등으로 육체·감정노동하다 허기진 하루를 따뜻한 음식 한 그릇 만들어 먹으며 마무리하던 한 싱글녀가 우리를 찾아왔다. 이름하여 <출출한 여자>(이하 <출출>). 그녀는 유튜브·포털사이트를 통해...
누가 구글에 검열할 권한을 주었는가제1026호지난 5월13일 유럽사법재판소가 내린 일명 ‘잊혀질 권리’ 판결 이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의 역사적 판결로 환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사진)는 지난 8월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위키피디아 관련 ...
더불어 살기 위한 ‘녹색 강령’제1026호미국 뉴욕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시나 테이켄은 삶을 재부팅하고 싶었다. 그는 1년간 ‘새 옷 안 사기’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그렇게 절약한 돈(매일 1달러씩)을 비영리재단 아칸샤재단(인도에서 빈민가 어린이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에 기부하기로 한다. 친구가 검정 원피스를 장만해주었고, 시나는 이 ‘흔한’ 옷 하…
죽음이 알려주는, 살아가야 하는 이유제1026호‘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이 책은 이렇게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하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대학생 니시야마 나오히로, 아들을 잃고 상실감에 젖은 강상중 교수, 그들이 사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사회를 보여주면서. 참혹한 현실 속에서 삶의 경구를 들려주는 이 책, 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