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제1029호이사를 하고 나서 한동안 아침마다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삽으로 시멘트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 어디서 또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며칠 지나면 끝나겠지 싶었는데 웬걸, 한 달이 지나도 계속 같은 소리가 들렸다. 지익- 지익-. 소리도 박자 맞춰 규칙적인 것이, 도대체 무슨 작업인지 몰라도 ...
웃픈 역사 속으로, 드루와~제1029호마침내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성화가 타올랐다. 아시안게임은 1951년 시작돼 6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긴 역사만큼이나 짜릿한 승부와 웃지 못할 뒷얘기,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도 많았다.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단식 결승은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힌다. 당시 한국은 금메달 수에서 1...
거무 몰골로 돌아온 옥순이가 찾던 밥제1028호우리 집은 줄밤나무 집이라 가을이면 낮에는 밤을 줍고 저녁이면 식구들이 등잔 밑에 둘러앉아 손에 든 밤가시를 바늘로 파내고 내일 밥해먹을 밤을 한 다래끼 까놓고 잡니다. 밤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음해 가을에는 꼭 한 번씩 찾아옵니다. 이웃의 예쁜 옥순이는 시골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
대부분 불행 가끔 행복제1028호추석 연휴의 기쁨 중 하나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을 끼고 자는 것이다. 한때 외숙모가 제일 좋다던 큰조카는 시커먼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아직 그 아래로 졸망졸망한 초등학생들이 꽤 있다. 간만에 본 녀석들끼리 잠자리에서도 수다가 이어진다.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너네 담임선생님은 좋으냐?” “아니, 숙제를 너…
동물에게 모든 인간은 나치다제1028호당신이 육식주의자라면 <동물 홀로코스트>(찰스 패터슨 지음, 정의길 옮김, 휴 펴냄)는 무척 불편한 책일 테다. 한장 한장 넘기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제, 혹은 오늘 먹은 고기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주 불쾌하게. 평생 지켜온 식성까지 변할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우리말로 ...
“힘내, 지지 마”제1028호야구는 늘 꿈이고 낭만이었다. 한발 떨어져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랬다. 〈H2〉 〈터치〉 〈크로스 게임〉으로 이어지는 아다치 미쓰루의 야구만화는 야구와 청춘에 관한 명대사의 향연을 펼치며 마침내 모든 대사에 밑줄을 긋게 만들고야 마는 우리 세대의 성경이었다. 등장인물들은 그 누구도 악역이 아니고,…
“힘내, 지지 마”제1028호야구는 늘 꿈이고 낭만이었다. 한발 떨어져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랬다. <터치> <크로스 게임>으로 이어지는 아다치 미쓰루의 야구만화는 야구와 청춘에 관한 명대사의 향연을 펼치며 마침내 모든 대사에 밑줄을 긋게 만들고야 마는 우리 세대의 성경이었다. 등장인물들은 ...
바람아 불어다오~ 멈춰다오~제1028호“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본 기억도 없는 ‘다섯손가락’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때가 있다. ‘이 노래가 맴돌지?’ 하고 보면 꼭 어린 시절 기억과 연관돼 있다. 그렇다. 풍선은 이런 낭만과 유년의 온갖 알록달록 예쁘게 각인된 기억에 대한 흔한 수사다. 요즘 ...
제주 흙과 바다에 묻혀, 야영하고 연주하며제1028호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는 치매에 걸린 큰형의 제안으로 4형제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그 여행에 서울에서 온 젊은 뮤지션들이 함께해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더한다. 그 뮤지션은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두 달 동안 면도도 빨래도 못한 채 제주 흙과 바다에 묻혀 ...
생음악이 BGM인 생활일 줄…제1028호나는 음악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매일매일 음악에 둘러싸여 살 줄 알았다. 이른 아침에 음악 소리에 잠을 깨고 밥을 먹을 때나 술을 마실 때나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언제나 BGM이 깔려 있는 삶. 혹은 가끔씩 남편이 나를 위해 통기타를 연주해주는 뭐 그런 거. 기대했다. 그러나 뮤지션과 결혼한 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