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진(Zine)!제1026호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정보기술(IT)의 블랙박스 같은 알고리즘, 그것과 연동되는 피부 같은 미디어, 그것들 간의 매시업(융합) 속에서 변화하는 노동과 시장. 그 앞에서 서서히 해체되는 것들은 자신이 어떻게, 왜 해체되고 있는지 알까? 그 해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옛날 단편도 잊혀지지 마라제1026호 “아픈 시대였다. 학교에서 배운 ‘운수 좋은 날’은 한 개인의 슬픈 가족사와 반전이 있는 하루 정도지만, 현진건 선생님이 소설을 통해 전하려고 했던 1920년대 식민지 경성은 사진으로만 봐도 눈물 나는 비참한 도시였다.” 10년 만들고 10년 상영회 하고 한국 단편소설 세 편을...
열여섯 살 며느리의 고민제1026호누구네 시집온 며느리가 ‘어머니, 깨 볶을 때 참기름으로 볶을까요, 들기름으로 볶을까요’ 하고 물었답니다. 어떤 갓 시집온 며느리는 깨소금은 깨에 소금을 섞는 것이 라고 알았다지요. 어두니골에 두 집이나 새 며느리가 들어와서 처음 맞는 추석에 벌어진 일입니다. 명절 준비로 한창인 우리 집에 열여섯 ...
도망갈 데 없음제1026호*영화 <해무>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 어디도 도망갈 데 없는 곳. 갇힘의 절망과 탈출의 절박함. 작품 배경으로서 선상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은 그런 것이다. ‘도망갈 수 없음’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공간의 핵심적 특징이며 선상은 이에 대한 극단적이되 대단히 선명한 비유...
지금은 ‘연애 중’ 유치해도 괜찮아!제1026호간질간질 ‘네가 좋네, 내가 좋네’ 하던 썸 타는 사이에서, 이제는 ‘너랑 나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 찜콩!’ 하는 연애의 시작기로 넘어가는 그때, 가장 좋을 때라는 그때, 이것은 장렬하게 시작된다. 들뜨고 신난 마음으로 고기에 등급 확인 도장을 찍듯, 여기저기 보이는 것, 할 수 있는 것마다 ...
축제 펼쳐질 그날을 위해제1026호지난 8월18일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판마르베이크와의 국가대표 감독 협상이 결렬되었음을 알렸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며 소신을 밝혔다. 다른 누구도 아닌, 히딩크를 한국 축구로 초대해 신화를 기획했던 인물이 이용수였기에 팬들은 기다림에 동의했다. 축구팬들은 여전히 브라질 …
우리 꽤 잘 어울려요제1026호‘케미’. 화학반응을 뜻하는 영어 단어 케미스트리의 줄임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호감이 오가고 호감이 사랑으로 발전하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옥시토신이 분출한다. 이 호르몬들의 전달력은 두 사람을 넘어서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케미’에 민감하다. 케미가 좋은 커플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쯤은 행복지수가 …
아아, 우리의 곤이제1025호노가리를 채 다 먹기 전에 ‘고니’의 계절이 왔다. 고니라고 하면 나는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이런 가사가 흥얼거려진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가사가 나오는 <솔개>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 이태원은 ‘새 연작’으로 <고니>...
현대의학에 빼앗긴 ‘죽을 권리’를 찾아라 제1025호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는 병원 진료를 받다가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 진단을 받는다. 의사는 즉각 심박조율기 시술을 결정했고, 의학 지식이 전혀 없던 가족들은 의사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다. 이후 가족들의 삶은 고통 속으로 떨어진다. 지적이고 활동적이었던 아버지는 치매까지 앓으면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할 수도 없…
우리는 모두 잠재적 디아스포라 제1025호 익숙한 일상, 세계에 대한 친밀감, 내일도 오늘처럼 흘러가리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서로를 알면 알수록 거리가 생기고 “우리는 모든 타인과 나란한 보편”이라는 메를로 퐁티의 말처럼 때론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이방인의 삶에 대한 묘사는 더 이상 여행자, 국외자 등 이방인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