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대중과 공명하는 ‘성난 인문학’제1024호전남 장성 노인요양병원 화재, 광주 도심 소방헬기 추락,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윤 일병 사망사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비극적인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대한민국호에 탄 사람들의 절망감과 무기력증은 깊어가고 사회구조에 대해 불안은 커지고 안전망 미비에 ...
놀아줘서 고마워제1024호여름은 누가 뭐라 해도 캠프가 제철인 계절이다. 산으로 바다로 온갖 캠핑 도구 세트를 꾸리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면 좋겠으나, 우리에게 여름이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학이라는 사실.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이때 집중되니 이런저런 캠프의 강사로 한철을 나게 되는 게 또 이즈음이기도 하다. 이번에 ...
기필코 ‘멘갑’하세요제1024호번역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성실함, 쪼잔함, 겸손함, 집요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중요한 것이 ‘강한 멘털’이다. 번역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오역을 저지르게 되는데, 독자에게 오역을 지적받을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면 번역가로 오래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역을 안 ...
이 비열한 종의 문명이 막 내린들제1024호<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보면서 가장 놀랍고 무서웠던 장면은 유인원들이 손을 사용했을 때와, 무리지어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다. 힘의 명확한 열세 속에 쫓기던 유인원들이 마침내 손으로 나무를 꺾고 그것을 무기 삼아 맹수에 맞설 때, 말 몇 마디를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공포가 느껴...
더운 날 동네 전체가 한 그릇씩제1024호언젠가 여름, 여느 해보다 더위가 더 기승을 부려서 청년들이 날마다 여울타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강물이 불어나면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은 큰 바위들 틈으로 넘실대는 여울에서 맨몸으로 미끄럼을 타고 고기를 잡으며 놉니다. 또래 남자아이들 중 대장 격인 덕수가 아침 일찍 아이들과 함께 입술이 시퍼…
노량진 인사동 경리단 '거리의 맛'은?제1024호지난 8월5일, 평일 저녁인데도 족히 15명은 돼 보이는 청춘남녀가 한 줄로 서 있었다. 안경에 물방울이 맺힐 만큼 비가 흩뿌리는 날씨였다. 한 커플은 서로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었고, 청년들은 술에 취한 듯 얼굴빛이 불콰했다. 긴 줄의 맨 앞에 서 있다 방금 추로스를 받은 박정연(38)씨가 말했...
엄마만 당신의 큰 옷을 좋아한다제1024호엄마는 큰 옷이 좋다고 하셨다. 나는 어린 시절에 꽤나 까탈스레 직접 옷을 고르는 애였다. 몸에 딱 맞는 옷이 좋았다. 왜냐면 같은 반의 큰 아이들은 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절대 나의 ‘핏’에 대한 취향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은 작지만 몸이 훨씬 더 클 테니까 큰 옷을...
최적기 병역 이행제를!제1024호군대 후임 K는 프로축구팀의 2군 선수였다. 청소년대표 상비군을 거친 유망주였으나 군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입대를 택했다. K는 궤적의 슈팅들로 연병장을 지배했고, 우리는 ‘군대스리가’를 제패했다. 우리는 파주의 스페인이었으며 K는 금촌의 메시였다. K는 유선 가설병이었고 군생활 내내 20kg의 방차...
땅의 예루살렘, 하늘의 예루살렘제1024호“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무엇이든 가능해 보였지만, 실제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혼란과 무질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고….” 찰스 디킨스는 1859년 펴낸 <두 도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다. 소설의 무대는 혁명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이다. 부와 빈곤...
명량 가까운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제1024호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61분간의 해전 장면이 주는 역동적인 볼거리와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가 빚어내는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다. 그러나 과연 그뿐일까. 영화는 흔히 ‘민족의 영웅’이라 일컫는 이순신에 대한 성찰적 재해석을 통해, 심각한 리더십의 실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