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에 지친 당신에게 권한다제1032호전쟁 같은 삶이다. 프리랜서 기자로,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칭얼대며 엄마를 찾는 아이를 돌보고 주어지는 일의 마감을 지키느라 늘 허덕인다. “여보, 일회용 반창고 어딨는지 알아?” 외치는 남편의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하고. 넘쳐나는 그날그날의 빨래 등 해도 해도 ...
‘데이터’에 휘둘릴 머잖은 날제1032호데이터쿱(Datacoup)이라는 한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은 한 달에 8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대가로 개인들로부터 데이터 접근권을 사들이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속고도 또 믿는다, 사랑 그놈제1032호돌아보면 내 20대는 늘 연애에 빠져 있었다. 어느 예비역에게 반해 대학 시절 내내 과 CC를 했었고, 그에게 차이고는 한 달도 안 되어 보란 듯이 네 살 아래 스무 살 꼬맹이를 잠깐 만났다. 그다음에는 덩치는 좋지만 머리숱이 없던 남자를 만났고, 그 이후에는 추리닝 성애자 등등을 만났다. 술자리도 아닌...
개그맨 전유성과 함께 걷는 길제1032호외씨버선길은 2010년 (사)경북북부연구원(원장 권오상)이 강원도 영월군, 경상북도의 영양군, 청송군, 봉화군 4개 군과 함께 연 걷는 길이다. 길 이름은 6번째 구간 시점인 주실마을이 <승무>의 저자 조지훈(1920~68)의 고향인 데서 비롯됐다. 길은 청송군의 주왕산에서 ...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열릴, 그 길이 손짓한다제1032호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石壁欄干)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
빌딩숲 ‘외로운 분자’들 마음에 점을 찍는 시간제1032호김근혜(25)씨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부근에 있는 회사에 취업했다. 대학 졸업을 6개월 유예하면서 1년간의 취업 준비 끝에 들어간 회사였다. 취업하기 전 시청은 김씨에게 ‘꿈’이었다. “학생 때 시청에 오면 ‘이렇게 빌딩이 많은데 나를 받아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어요. ...
그 이유로 충분하다제1032호밥줄은 신성한 것이다. 배움도 사랑도 나눔도 실은 밥줄이 있기에 나온다. 밥줄은 가족과 내가 인간으로 입문하기 위한 전제조건 같은 것이다. 밥줄을 잡기 위한 젊은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이야 말해 뭐할까마는, 간신히 취업이 되고 나서도 극소수 정규직이 아닌 다음에야 예비 해고 대상자인 계약직 신분으로 어떻게 2년을…
당신이 이긴 시합입니다제1032호88 서울올림픽. 복싱 라이트헤비급 결승에 진출한 박시헌의 상대는 미국의 복싱 스타 로이 존스 주니어였다. 박시헌은 대회 전 엄지손가락이 부러지고도 출전을 감행해 분투했지만, 압도적인 기량의 슈퍼스타를 상대하기엔 힘에 부쳤다. 2라운드엔 한 차례 스탠딩 다운까지 당했다. 경기가 끝나고 모두가 완패를 받아들이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제1031호중국 옌볜의 국가조직에서 ‘간부질’ 하던 ‘지식분자’ 박씨가 어찌어찌하여 대한민국 수도권의 반시골에서 또 다른 ‘지식분자’(?)인 나와 같이 삽질을 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상념이 저절로 물밀듯 다가온다. 그의 조부는 지금으로 치면 서울하고도 특별시의 동대문 근처에서 누대를 살아왔는데 …
그가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제1031호“선배, 제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몇 년을 사이좋은 선후배로 지낸 남자애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결혼해서 아들을 낳는다면 딱 요렇게 크면 좋겠다 싶은 예의 바르고 깍듯한 후배다. “글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기로 해. 그럼, 이제 선배라 안 하고 이름으로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