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녀에게 한 것이 그들이 한 모든 짓이다제1053호“예쁜 필리핀 여자는 다 한국 남자들 차지지.” 보트에 탄 필리핀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2012년 12월, 필리핀 코론이었다. 마침 ‘예쁜’ 필리핀 여성과 한국인 남성 커플이 함께 보트에 있었다. 어여쁜 코론 앞바다, 그의 푸념은 엔진의 굉음에 가려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장년의 필리핀 사내는 그리고 물었다. ...
사랑의 말은 독일군 암호보다 어렵다제1052호“사람들은 말 속에 의도를 숨기고 알아듣길 바라지. 그걸 알아듣는 게 나에게는 암호를 해독하는 것과 같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절대 풀 수 없을 것 같던 독일군의 암호 이니그마를 해독한 ‘튜링 기계’를 만든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다룬다. 그 기계가 컴퓨...
시장주의, 반공의 또 다른 얼굴제1052호“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과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의 태세를 재정비한다.” ‘반공’은 아직 살아 있다. 아니, 활발하게 꿈틀대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에 회고록을 싣고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뒤 발표한 ‘5·16 혁명공약’에 반공을 앞세운 이유...
올해는 ‘빙그레’ 웃고 싶다제1052호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1990년대 전후에 가장 매력적인 팀 중 하나였다. 이상군·한희민·송진우·구대성·정민철 등 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꾸준히 배출됐고, 장종훈·이정훈·이강돈·강석천이 이끄는 타선의 위력은 모그룹의 주력사업인 화약에 빗대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 불렸다. 유례…
응원하게 되는 나쁜 짓제1052호*영화 <나이트 크롤러>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전남 신안 앞바다 도굴꾼들을 다루는 윤태호의 최신 웹툰 <파인>의 태그라인은 “근면성실한 악당들의 고군분투기”다. 악당과 근면성실? 악당과 고군분투? 언뜻 보면 매칭이 잘 안 되는 조합이지만 실은 ...
암호명 1982, 야구소년을 찾아라제1052호다큐멘터리는 ‘뉴스’의 매체다. 다큐의 꽃 같은 기능은 ‘세상이 몰랐던 얘기’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일본에 조선학교가 있고, 재일동포 야구단이 한국에 왔었단 얘기가 완전히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조선학교의 존재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져 있고, 재일동포 고교야구단에 관한 풍문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
지금, 여기 청년이 만든 예술관제1052호청년관을 위한 예술행동은, 2014년 12월28일, 청년 예술인들의 미술 공간 ‘교역소’에서 열린 좌담회 ‘안녕 2014, 2015 안녕?’에서 처음 제안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개혁안을 마련하고 공표해 청년 미술인들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트위터에서 해시태그(#청년관을...
밤새도록 처녀들은 ‘오동동’제1052호정월 대보름은 큰 명절이기는 하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아 아낙네들이 명절 준비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친정이나 친척 어른들 집 찾아 인사를 다닐 여유가 생깁니다. 정월 열나흗날 밤은 일찍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하여 아덜도 자지 않고 수선을 떨고 어른들은 나물 볶고 찰밥을 찌느라고 밤을 새웁니다. 특히 동네 아가...
로또 분석하는 수학선생 ‘꽝’제1052호꽝은 영등포에 있는 학원에서 중학교 수학강사로 일한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통계학 대학원에 진학한 꽝은 연구실 조교를 하며 틈틈이 학원강사를 했다. 어느 날 지도교수의 연말정산을 처리해주다가 꽝은 문득 삶이 헛헛해졌다. 꽝은 몇 년간 연구실에서 지도교수가 룸살롱에 가서 쓴 수많은 영수증들을 모으는 일…
혼자 있을 때 설거지하고 싶다제1052호뮤지션에 대한 이미지는 대략 이럴 것이다.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고 집안일에는 도통 신경 쓰지 않으며 풍류를 즐기는 데만 주로 관심이 있는 약간은 게으른 인격체…. 나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는. 물론 남편 주변에 있는 동료 뮤지션들을 보면 앞에서 열거한 특징을 한두 개쯤 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