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화 향기로운 그곳, 뉴욕 독립서점을 가다제1051호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 구석자리에 개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거리엔 비가 많이 오고 있고 개에게서 비에 젖은 털 냄새가 난다. 쫓아낼 법도 한데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개는 두 발을 모으고 엎드린 채 편안히 잠들어 있다. 자주 여기서 이런 시간을 보내는가보다. 그 옆에서 8명쯤 되는...
어메는 어디 가고 언나들끼리 쌀을 빻나제1050호방앗간 쪽에서 아들(아이들)의 지껄이는 소리가 나더니 봉순이가 화롯불을 달라고 합니다. 느들 뭐하나, 물으니 설에 먹을 절편을 만들려고 쌀을 빻는데 체가 얼어서 쌀가루가 빠지지 않아서 녹이려고 한답니다. 어머니가 할 때는 체질이 재미있어 보였는데 자기가 직접 해보니 손이 시리고 팔도 너무 아프고 힘이 든다고 …
대화할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새로운 자본가제1050호 우버(Uber)라는 유령이 유럽에, 아시아에, 미국에 떠돌고 있다. 유령은 인간의 노동을 우버화하고 있다. 우버는 수요에 기초해 일자리를 중개하는 서비스의 대표주자다. 우버 비판가들에 따르면, 승객과 운전 노동자를 중개하는 우버 앱은 운전 노동자의 소득을 하락시키고, 노동자를 연금·의료보험·실업보험 ...
“꿍어, 꿍안, 꿍떰”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다>제1050호강화도의 농촌 마을에 사는 여중생 유정이. 선천성 안면기형 때문에 말을 더듬는다고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와 아빠의 부재로 생긴 생채기도 크다. 그런 그를 감싸안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할머니, 딸처럼 보살펴주는 작은아버지와 베트남 출신의 작은어머니 그리고 …
자연스러운 자연은 만들어진다제1050호요즘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자연을 위한 매뉴얼’이란 제목을 붙인 책이다. 제작자로서 인간이 가장 위대하게(?) 성취한 기술- ‘자연스러운 자연을 만드는 기술’을 묶은 책이다. 개인적 기록과 글, 시각 작업물들이 산만하게 엮인 이 책은 2010년 10여 명의 작업자와 함께 한 ‘4대강 대방...
진화만 논하기에도 바쁘다제1050호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직전 박지성을 인터뷰한 일이 있다, 라는 문장을 써놓고 한참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으면 지인들이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인다. “또 박지성?” 이제, 박지성 이야기는 그만 써야 하는데…. 2015년 들어 ‘벌써’ ‘이제’ ‘더 이상’ 같은 단어를 몇 번쯤 생각했는...
엄만 희생만 한 게 아니란다제1050호*<와일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사이처럼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는 인간관계가 또 있을까. 유사 이래 자식들은 어머니를 숭배하고 동정하고 원망하고 혐오하느라 늘 바빴다. 어머니는 사랑과 그리움의 원천이며 모든 아름다운 것과 포근한 것의 이데아라는 주장이 언제나 있어왔지만, ...
작정하고 말하자면 옛날 시청률이 그리워요제1050호“토요일 저녁, 1990년대 인기가수 공연이 사람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았습니다.” 배우 공형진의 해설이 흐르는 화면 속에서 TV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 서울 구로...
다음 생에도 안 할란다제1050호어장 관리를 그다지 호의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만, 남친도 없고 친구들도 바쁜 어느 외로운 날에는 불러낼 남자가 많은 그녀들이 부럽기도 하다. 그럴 때면, 뭐 어장 관리 어떻게 하는 건데, 하며 욱하는 마음이 솟아난다. ‘나도 그득그득 나 만나러 나오는 남자가 많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변의 사례들을 조금 살펴...
견디지 말아요, 즐겨요!제1050호‘월화수목금금금’.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평가절하한 이도 있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월화수목금토일’의 나날에 한 줄기 빛 같은 ‘수목금토일’ 연휴를 애타게 기다렸다. 설 연휴를 황금같이 아끼는 당신을 위해 마련한 문화 가이드. 바빠서 문화를 즐길 틈도, 세상을 생각할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