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꼭 읽고 말리라제1050호새해를 맞아도 찝찝하다. 지난해에 못다 읽은 책은 왜 이리 많은지. 포장지도 뜯지 못한 책, 서재에 꽂아둔 장식용 책 등등. 다독가들 역시 읽은 책보다 못 읽은 책이 더 많다. 쉽게 읽을 수 없지만 너무나 읽고 싶은 책. 그래서 그들이 ‘올해엔 꼭 읽고 말 거야’라고 다짐한 책들을 펼쳤다. ‘내가 미치도록...
양떼자리제1050호배명훈 소설가 가끔 길 옆을 지나다 커다란 사진기를 든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저 양들을 다 알아보세요? 이름도 있나요? 어떻게 알아보세요? 다르게 생겼나요?” 이제는 귀찮아서 이름 같은 건 잘 안 붙이지만 그래도 당연히 양들은 다 알아본다. 어미가 누구인지도 알고 그 어미의 어미가 어떻게 ...
나라는 수조에 너라는 물고기가 있었기에제1049호이탈리아의 모험가이자 작가인 카사노바. 그가 <일리아드>를 번역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다른 업적으로 충분히 역사에 이름을 남기긴 했다. 욕하면서 부러워하는 카사노바의 엄청난 연애 편력의 비밀은 뭐였을까. 그건 “그 한명 한명을 모두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
찬란한 슬픔의 초상제1049호슬픔을 그리고 아픔을 쓰다. 책 <떠나기 전 마지막 입맞춤>(대니 그레고리 지음, 황근하 옮김, 세미콜론 펴냄)은 지하철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아내를 또 다른 사고로 잃은 뒤 1년 동안의 시간을 담은 그림일기다. 날벼락 같은 불행의 시간을 지나온 한 남자의 치유와 애도의 기록이기도 하다. ...
세끼 밥 지어 먹었을 뿐인데제1049호‘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다. 자신이 별일 없이, 이렇다 할 고민도 ...
형만 한 아우는 있다?제1049호아~ 그 혈통이 의심스럽다 <삼시세끼-어촌편>은 아우인 줄 알았더니 형이었다. 겨울 농한기를 맞아 어촌으로 옮겨갔다더니, 아우들은 상대도 안 되는 형들이 나타났다. 차줌마는 요리 잘해서 데리고 갔다는 소문이 있더니 정말 척척이다. 해초가 있으면 무침을 만들고, 무가 있으면 동치미를 ...
포크 세대의 상흔을 마주하다제1049호<쎄시봉>은 196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무대로 한 멜로물이다. 송창식·윤형주·이장희·조영남 등이 활동했던 ‘쎄시봉’은 당시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5년 전 TV 토크쇼에 출연한 뒤 반향을 일으켰던 복고 열풍의 진원지다. 수년간 복고가 대중문화의 대세로 자리잡았고, &...
신혼집을 지하 작업실에?!제1049호오늘도 남편은 그의 지하 녹음실로 출근했다. 반지하도 아닌 그야말로 창문 하나 없는 지하에 그의 작업 공간이 있다. 남편은 결혼하기 전까지 그곳에서 먹고 자고 일했다. 일정한 패턴 없이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자는 남편의 생활습관은 아마 밤낮을 구별할 수 없는 지하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됐을 것이...
사과조차 못하는 의사들제1049호2014년 10월 ‘마왕’ 신해철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움과 비탄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신해철 같은 유명인이 의료사고로 사망한 것에 당황했고 어이없는 의료사고가 신해철을 쓰러뜨린 것에 대한 분노, 신해철 같은 유명인도 이렇게 허망하게 당하는데 일반인은 오죽하겠느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머, 털로 지구정복?제1049호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해가 차츰 길어지는 눈치인데 봄이 오려는 걸까. 계절이 바뀌니 나의 두꺼운 털코트도 이제 벗어놓아야겠구나. 털갈이의 계절이 왔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에게 수족 같은 생활 도구가 있다. 한 손엔 청소용 테이프 롤러, 다른 손엔 물티슈. 세상 불가사의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