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해변을 귓가에제1075호한여름밤의 꿈이 다른 게 아니다. 세상 끝인 양 더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은 입추를 쌩하니 지나는 싸이키델릭한 전개를 보이고 있으니. 여름이 가는 게 아쉬워서가 아니라(전혀!), 그저 어떤 상황에든 그에 맞는 음악을 칠해 넣고 싶은 사운드트랙성애자로서의 강박에 굴복한 흔적일 뿐인 이 노래들을, 삼가 여러...
무리하면 악몽이 된다오제1075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 감정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은 열한 살짜리 꼬마만이 아니다. 라일라의 아빠는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딸의 괴로움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엄마가 계속 눈치를 주자 겨우 낌새를 느끼지만, 어설픈 명령으로 딸을 통제하려 든다. 사춘기 딸은 반항의 기색...
문제가 될 때 문제다제1075호*<베테랑>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뭐든지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부정과 비리로 뉴스에 나오는 유명인사 보도를 들을 때 종종 놀라는 이유는 그 액수가 너무 작아서다. 3천만원? 그거 받고도 이렇게 공격을 당해? 그게 그럴 만한 액수였나? 하긴 원래 ...
독자에게 월세 받아요!제1075호 7월23일 만난 작가는 ‘복면가왕’ 같았다. 작가 연락처를 묻자 출판사 대표는 “작가님과 관련된 외부 연락은 작가의 요청에 의해 모두 출판사를 통하고 있다”고 했다.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할 때도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만나기 4분 전까지 대표와 통화했지만, 이날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카페에 앉아 ...
호랑이 앞 창살을 걷어내다제1075호“(…) 무심히 그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선을 긋자, 거기에 웬 여인의 한쪽 눈이 뚜렷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건너편 좌석의 여인이 비친 것이었다. 바깥엔 어둠이 내려 있고, 기차 안은 불이 켜져 있다. 그래서 창유리가 거울...
<조국이 버린 사람들>외 신간 안내제1074호 조국이 버린 사람들 김효순 지음, 서해문집 펴냄, 1만7천원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된 1975년 11월22일 중앙정보부는 국내 대학에 침투한 재일동포 간첩 일당 21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한다. 간첩은 20대 중·후반의 젊은이였고 5명이 여성이었다. 일부는 사형선고를 받았고 10여 년간...
과학적 방법론, 동료들과 웃으면서 걷는 것제1074호“원자폭탄 제조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연합군은 승리할 겁니다. 반면 성공한다면 국가 간의 신뢰와 신용이 무너져 결국 연합은 해체되고 말 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과 영국, 소련, 독일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대다수 과학자는 국가의 요구에 말없이 따랐으나, 덴마크의 한 물리학자는 핵…
‘경제학자’의 제대로 된 파격제1074호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글쓰기에 서툴다. 밋밋하고 건조하다. 글이란 게, 더러 맺혔던 감정이 만두소 터지듯 삐죽 비집고 나오기도 하고 모난 구석을 좀 드러내곤 해야 맛깔스런 법이거늘. 균형을 강조하는 경제학적 사고 훈련을 지독히도 받아서였는지는 몰라도, 경제학자들은 무리수나 파격을 좀체 용납하지 않는 유전자(D...
외통수는 피할 것, 무.조.건!제1074호“오직 두 가지가 무한하다. 우주(the universe)와 인간의 어리석음(human stupidity)이 그것이다. 단, 전자는 확실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의 이 말은 지구의 지배적 종에 관한 가장 탁월한 고찰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한편 지구 밖 생명체에 대한 ...
하늘에서 음식이 내려요!제1074호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으악! 체중계에 올라선 주인이 소리를 질렀다. 체중계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숫자가 근심스럽게 깜박였다. 내 그럴 줄 알았지, 허구한 날 우리에게 한입의 아량도 베풀지 않고 치맥을 뜯어라 마셔라 하더니. 그렇게 혀를 차고 있는데, 주인이 소리친 이유는 다름 아닌 나 때문이었다. “정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