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도 달려도… 러닝머신 위 ‘희망의 달인’제1076호*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가 열여섯 살 때… 그러니까 중학교 졸업반일 때 엄청난 고민이 하나 있었어요. 집 옆에 있는 공장에 취직하느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3년을 더 공부하느냐.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었어요. 여공으로 사느냐 엘리트로 사느냐 결정짓는...
“어떻게 ‘뜨겁게’ 할 수 있지?”제1076호“사랑한다는 말은 아는데, 사랑한다는 게 뭔지 몰라.” 이제까지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닌 사람이, 그것도 대인관계도 매우 좋고 성격도 활발한 이가 이렇게 말했다. 그 고백이 순간 스산했지만, 뒤돌아 매우 반가웠다. 사랑이 그리 알기 쉬운 것이라면 이토록 힘들 리도 귀할 리도 없다. 영화 <...
워킹맘, 얼마면 되겠니?제1076호 “얼마나 벌겠다고 애를 떼어놓고 일하러 나가노.” 엄마랑 떨어지면 울어대는 아이를 두고 회사에 나오는데 시어머니가 또 그러시네요. 아닌 게 아니라 저도 궁금합니다. 아이를 맡아주는 베이비시터 비용, 가끔 들여다봐주시는 시부모님 용돈까지 일하면서 돈 들 곳이 수두룩합니다. 과연 직장 다니는 게 남는 장사 맞나...
‘썸’ 남발 시대에 부쳐제1076호처음 ‘썸’이라는 말이 등장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우리를 벅차게 만드는 산뜻하고 신기한 신조어였던 것 같다. 연애하기 직전 간질간질한 감정과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떤 노래가 유행하더니, 온갖 방송과 미디어에서 이 단어를 이상하게 남발하기 시작했다. ‘…
뿌리 뽑힌 사람의 운명제1076호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이상한 놈으로 등장했던 윤태구(송강호)의 손자입니다. 할아버지는 1940년, 35살의 나이에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와의 삼각 대결에서 이긴 이후에 오토바이를 타고 드넓은 만주평야를 호방하게...
재연만으로도 세트장은 서늘했다제1076호 할머니들에겐 고통스러운 관람일 수 있다. 이 영화가 할머니들의 뼈마디마다 들러붙어 있는 참혹한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는 데 힘을 준 할머니들에게 그 결과물을 “먼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만약 할머니들이 ‘이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하면 지금이라…
친구와 싸웠다고요? 잘했어요제1076호‘나, 부모님한테 화가 나 있구나….’ 다케시마 나미가 그린 만화 <그래도 우리 엄마>에서 순하고 착한 딸이었던 여주인공은 엄마가 되고 나서 왜 나는 딸한테 자꾸 화를 내는지 생각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이한테도 화가 날 수는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잘못한 것 이상으로 화를 내는 이유는 ...
생존제1076호회사에서 나와 들판에 내던져진 지 3년째다. 트랙 바깥으로 나오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얼마나 순진했던가?(트랙 바깥이라는 게 대체 있기는 하단 말인가?) 그것은 완전한 오산이었고,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는 더도 덜도 말고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폐해를 설명...
VIP‘만’ 살려야 한다제1076호 요즘 TV에서 계급사회 한국의 풍경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르는 메디컬 드라마다. 단적인 예로, 일반 환자와 VIP 고객이 동시에 수술을 받아야 할 때 최고의 실력파 의사들이 모조리 후자의 수술방에 투입되는 장면 같은 건 이제 메디컬 드라마의 신종 클리셰가 돼버렸다. 1994년 국내 최초...
노란빛 스민 목소리, 다시 깨우다 제1076호며칠 전 만난 한 선배의 차에는 세월호 리본이 붙어 있었다. 솔직해져야겠다. 그 리본을 보기 전까지 나의 머릿속에서, 나의 생활 속에서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노란 리본은 점점 그 색이 바래지고 있었다. 완전히 잊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제 세월호는 역사 속 사건 가운데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 여전히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