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계의 전제군주, 블렌더제1076호신이 있어 특별히 쓰다듬었구나 하는 재능이 있다. 만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절대’ 또는 ‘천부’라는 최상급의 수사를 붙일 수 있는 미각, 음감, 후각 등을 타고난 사람들. 그중 위스키 산업과 관련이 있는 것은 후각(미각이 아니라)이다. 직업상 ‘블렌더’라는 분야에서 그 재능이 발휘된다. ...
또렷하다, ‘덕통’에 설렌 그날 제1076호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기억할까? 적어도 나에겐 김선욱의 피아노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2013년 겨울, 지금이라면 오히려 관객석 사이드에 앉겠지만(합창석 중앙은 타악기 뒤쪽이라 협연자의 소리가 묻힌다) 합창석이 처음인지라 중앙 맨 첫 줄에 앉았던 그때. 어차피 듣고 싶었던 건 ...
애국자가 없는 세상제1075호혼식표, 국민교육헌장, 대한늬우스, 국기 하강식…. ‘이거 알면 당신은 몇 살?’ 희끗한 머리카락 수처럼 부질없는 나이 세는 일이면 괜찮겠다. 대부분 소리 없이 사라졌거나 1994년에 명을 다한 것들이다. 그러나 요즘, ‘국가’라는 이름으로 대동단결하여 괴뢰도당을 물리치고… 헉헉…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
<빵과 벽돌> 외 신간 안내제1075호빵과 벽돌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알마 펴냄, 1만6천원 식량난에 시달리는 지구를 위해 저자는 상상력 넘치는 제안을 한다. 매년 베이징 규모의 도시가 5개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활용하자, 도시에서 경작하자, 고층빌딩에서 쌀을 재배하고 현관에서 시금치를 기르자. 현실과 ...
‘민주주의↔군대’라는 안이한 도식제1075호 1944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3월에는 결혼을 했고 7월에는 모교인 도쿄대 조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하늘이 시샘한 것인지 신혼생활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학도병으로 소집된다. 그는 학생도 아니었고 나이도 많았다. 하지만 급박한 전황(戰況)은 그런 개인적 사정까지 고려해줄 여유가 ...
‘인간’을 잃지 않고 전쟁에서 살아온 남자제1075호 양심에도 국적이 있을까.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 김범수 옮김, 동아시아 펴냄)이라고? ‘일본 양심’ ‘한국 양심’이 어찌 따로 있나 사람 하기 나름이지, 라고 구시렁대며 주인공 프로필을 훑었다. 저자의 아버지인 오구마 겐지는 1925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
화려한 돌싱, 현실은 배 나온 아저씨제1075호 파스타 면을 삶는다. 오늘은 봉골레 파스타다. 어느새 파스타가 주식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가장 많이 만들어 먹는 건 토마토바질 파스타다. 재료는 올리브유, 방울토마토, 바질, 마늘, 파스타 면이 전부다. 파스타 면을 냄비에 삶는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른다. 달궈지면 얇게 썬 마늘을 넣고 기름에 ...
큰일났다, 임신했다제1075호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나는 친구들과 제주도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바다에서 스노클링도 하고 한라산 산림욕도 하고 오름 꼭대기에 올라가 점프질도 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뒤 지금 나는 자기가 까마귀 새끼인 줄 알고 까악까악 울어대는 작은 생명체와 함께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 억울하다 억울해. 그렇...
쌀보다 옥수수가 맛나네제1075호 평소 베풀기를 좋아하던 완식이 할머니의 칠순 잔치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완식이 할머니는 베풀기를 좋아하여 부자로 잘살고 장수한다고들 합니다. 석이 어머니도 장날이면 완식이네 집 앞을 지나다닙니다. 완식이 할머니가 보기만 하면 언나 어머이 밥 먹고 가, 해서 신세를 졌습니다. 자기 칠순 ...
장어는 우리가 다 잡아먹었다제1075호낚시꾼들에게는 어종에 대해 호불호가 있다. 참돔 낚시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고 벵에돔 사랑이 깊은 이도 있고 돌돔 낚시에다가 목숨 거는 꾼들도 있다. 물론 감성돔도 그렇다. 전갱이나 고등어처럼 많이 낚을 수 있는 걸 좋아하는 이도 많다. 다 저 맘이지만 낚는 방법과 채비는 서로 다르다. 이 채비에 저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