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짝짓고, 키우고… 예능은 동물원?제1073호‘이건 너무 동물원 같잖아.’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호프집에 앉아, 주변에서 오가는 얘기는 귓등으로 흘리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방송을 보다가 문득 ‘예능의 원초적 본능화’를 떠올렸다. 온통 방송이 시골에 가서 먹든, 정글에 가서 먹든, 집에서 만들어 먹든, 결국은 먹는 이야기다. 삼둥이를 보든, ...
슬픈 풍자제1073호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님포매니악>은 보기 힘들었지만, 통쾌했다. 영화는 섹스·종교·폭력·젠더·죄의식 등 모든 금기를 해체해 자리를 바꾸고 모양을 뒤집어 마구 헤집어놓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니그로! 니그로!’(흑인을 비하해 부르는 용어)라고 말할 때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금기로 둘러...
버스커와 버스커, 시민과의 ‘거리’를 고민하다!제1073호 “거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니까요.” 여기서 기타를 꺼내도 되냐는 질문에 아무르(25)씨는 이렇게 답했다. 지난 7월21일 서울 도림천 굴다리 밑 벤치. 맞은편에선 할머니 세 분과 할아버지 두 분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줄이 여러 번 끊긴 기타 목을 잡고 전날 술을 마셨다며 목소리를 가다...
더 큰 음악은 카메라 밖에제1072호 <힙합더바이브>. 15년 전 엠넷에서 만들었던 힙합 전문 프로그램이다. 피타입은 절정신운한아와 함께 <힙합더바이브> 무대에서 <더 레지스턴스>(The Rezistance)를 불렀다. 주인공은 절정신운한아였지만 피처링을 ...
‘엑소’ 얼굴만으로는 부족해제1072호 웹툰에 이어 차세대 콘텐츠 강자로 각광받는 웹드라마가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TV드라마의 침체와 함께 지상파 3사가 모두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사례다. 지난해 지상파 최초의 웹드라마 <간서치열전>을 선보였던 KBS를 선두로, 지난 5...
하루키의 눈시울이 뜨거워질 거야제1072호하루키는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음악도 잘 듣고, 달리기도 잘한다. 풀코스를 20회 이상 뛰었을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한다. 일본뿐 아니라 해외 마라톤 대회에도 자주 참가했는데, 2002년 12월의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은 조금 특별했다. 하루키는 음악에세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
콤플렉스냐 신앙이냐제1072호 많은 문학인들이 한국문학이 조롱거리(스캔들)로 전락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조롱거리가 된 현실이 아니라 그런 현실을 참담하다고 느끼는 반응이 아닐까 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문학의 참담함은 시작부터 존재했다. 불과 반세기 전인 1955년 김윤식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국문...
<유월의 아버지>외 신간 안내제1072호 유월의 아버지 송기역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5천원 부산시 수도국 공무원으로 정년 퇴임을 한 해 앞두고 있던 박정기씨에게 아들의 부고가 전해진다. 1987년 1월14일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임진강 샛강가에 유해를 뿌렸다. 그 뒤 1년, 아버지는 아들에 관한 기사를 모았다....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제1072호 <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 펴냄)의 사노 요코는 리버 페이스트(리버는 간이고 리버 페이스트는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먹는 건데, 여기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를 잘 만든다고 한다. 그녀는 그것을 남자친구(요즘 말로는 ‘남자사람친구’)의 애인에게서 배웠다. 셋은 잘 어울려 다녔는데 남자친구...
“나는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사람”제1072호“우리는 이야기하는 마음이 만든 위대한 걸작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인 것이다.” 책 <스토리텔링 애니멀>(조너선 갓셜)에선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기억과 환상 등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각색된 서사를 갖는다고 했다. 서사는 그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이야기며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