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맛만큼이나 흥미진진한!제1072호지난해 9월18일 자정 무렵, 나는 스코틀랜드 동북단의 항구도시 뷕의 바닷가 숙소의 TV 앞에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의 영연방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서 스페이사이드를 거쳐 동북단 항구까지 올라오는 한 달 동안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
열세 살 같은 스물여섯 용숙이제1072호어스름한 새벽녘에 뒤란 대밭에서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었다. 어미고양이가 멀리 사냥을 나갔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잠들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여전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닭 모이를 주러 뒤란으로 나갔을 때도 새끼고양이는 여전히 앵앵거리며 울고 있어서 소리가 들리는 대밭으로 들어가 댓잎을 들춰보…
이렇게 로맨스는 끝났다제1072호로맨스는 끝났다.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흔히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고 한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출산은 연애의 무덤’이다. 일단 ‘임신’이라는 단어부터가 뭔가 로맨스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아름다운 로맨스의 ...
어떻게 시간을 지킬 것인가제1071호소설가 김영하는 산문집 <보다>에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마르셀 에메의 소설을 언급한 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유행한다는 ‘폰 스택’(Phone Stack)이라는 게임을 소개한다. 식당에 모여 식사할 때 각자의 휴대전화를 한가운데 쌓아놓고는 먼저 폰에 손대...
돈키호테가 바르셀로나로 간 이유는제1071호쉰 살 남짓한 시골 양반 알론소 키하노는 기사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스스로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편력 기사가 되어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타고 모험에 나선다. 출분 첫날 저녁 성으로 알고 투숙한 객줏집에서 운 나쁜 마부들을 때려눕히고 엉터리 기사 서품식을 치른 그는 이튿날 길을 가다 주인한테 매질을 당하던 어린…
당신이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제1071호우리는 왜 이렇게 바쁜가.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많은 일을 손쉽게 더 빨리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는 왜 더 바빠졌는가. 사용가치 중심으로 체제를 다시 짜야 80살의 영국 마르크스주의자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본이 우리를 돈의 노예로 만들고, 더 많은 것을 쓰고...
백탑파 시리즈가 된 ‘세월호’제1071호김탁환의 소설 <목격자들>은 <열하광인>(2007) 이후 8년 만에 재개된, ‘백탑파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방각본 살인사건>(2003)에서 시작해 <열녀문의 비밀>(2005)을 거쳐 이어져온...
‘자극적’인 책 독후감제1071호<정희진처럼 읽기>는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씨가 9년 만에 낸 책이다. <한겨레>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에서 연재한 글 가운데 79편을 묶었다. 원래 책으로 묶을 생각이 없었지만, 독자들이 복사해 돌려읽는다는 소식에 출간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를 다른...
디지털 세대는 바보인가 멍청이인가제1071호디지털 혁명은 진보일까 퇴보일까? 구원의 손길일까 멸망의 전조일까? 21세기를 확연히 다른 세기로 만들어준 컴퓨터·텔레비전·인터넷·스마트폰 융합의 디지털 문명 도래는 인간을 이런 양극단의 고민 속으로 몰아넣고 분열시켰다. “디지털 혁명은 진화가 아니라 탈선” 2005년 는 “그들은 젊고, 영리하고...
때린 사람은 없는데 맞은 사람은 많다제1071호<사람, 장소, 환대>는 올 상반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눈길을 끌었던 국내서들 가운데 하나다. 지은이 인류학자 김현경은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한국의 근대화와 해외유학 관행에 대한 박사 논문을 썼고, 10여 년 동안 사회적 성원권과 환대의 문제를 연구하며 여러 대학에서 이를 강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