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 되련다제1071호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지금부터 호흡을 멈추어야 한다. 내 옆에 널려 있는 인형들과 나는 같은 존재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그의 손아귀에 걸려들고 말 것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커튼 자락이 내 맘을 흔든다. 창가에 누워 일렁이는 커튼 끝을 붙잡으며 놀고 싶다. 하지만 움직이지 말 ...
‘동성애’야말로 주님의 뜻일지 몰라제1071호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정과 서울 퀴어퍼레이드 일정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의 프로필과 타임라인이 무지개색으로 도배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태반이 뮤지션이거나 관련 업계 종사자다. 음악계는 ‘퀴어 프렌들리’하구나 새삼 실감했다. 하긴 음악 자체의 태생이 게이다. 음악의 아버지는...
아가씨 만세제1071호얼마 전 어느 술집. 내 옆 좌석에선 술꾼으로 이름 높은 사람이 비슷한 이력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 내용은 심드렁했다. 섬에서는 어제 본 사람 오늘 또 보고 오전에 만난 사람 오후에 또 만나고 심지어는 조금 전 헤어진 사람을 다른 곳에서 각자 다른 사람과 일행이 된 상태로 다시 만나게 된다. ...
<놀이로 본 조선>외 신간 안내제1070호 놀이로 본 조선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박현순 책임기획, 글항아리 펴냄, 1만9천원 조선 사람들이 노는 법. 양반들은 꽃이 피면 모여 시를 짓고 술을 즐겼다. 서민들은 꽃은 아랑곳없이 놀았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 1월16일을 ‘고마이날’이라 하여 마지막 노는 날이라고 했다. 정월...
대사 없이 배경이 말을 거네제1070호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을 귀담아들은 적이 있는가? 그의 젊음과 꿈, 희망과 좌절이 묻어나는 내밀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여기 하나의 작품이 있다. 어느 날 한 아들이 아버지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고, 아버지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둘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대화했다. 그리...
더 많이 사랑하는 게 뭐 어때서제1070호“싸우고 싶을 때도 있는데 왜 참고 넘어가는 줄 알아? 내가 져주지 않으면 헤어지게 될 것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언제나 져줄 수밖에 없어. 사실은 그 느낌이 얼마나 싫은 줄 알아? 내가 져주지 않으면 우리가 헤어지게 될 거라는 그 느낌.“(<연애의 발견> 12회) 나온 지 몇 년이...
토요일은 김상중과 함께, 치얼스!제1070호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매주 챙겨보는 습관이 있다. 일명 ‘그알’. 보험·사기·살인 사건을 최고 꿀잼으로 여기며 평범하게 그알을 보던 어느 날, 그알 진행자 김상중(사진)이 날아와 나의 ‘최애’(가장 사랑하는 인물)가 되었다. 불과 몇 달 전, ...
고독한 여행자여, 당장 ‘펍’으로제1070호 때로는 북반구, 때로는 남반구 낯선 곳의 낯선 술집에 스며들어 낯선 술꾼들과 어울리며 잔을 기울이는 것. 술꾼의 로망이다. 자전거 여행은, 특히 혼자 떠나는 자전거는 의외로 고독하다. 이른 아침 안장에 오르면 해 질 녘 새로운 숙소에 짐을 내려놓을 때까지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찾기 힘들다. 말수는 점점...
언젠가 ‘몬들러’를 볼 수 있겠지?제1070호최근 로맨스 드라마의 트렌드는 ‘남사친’(남자사람 친구의 줄임말) 판타지다. 현실에서 ‘남사친’은 애인인 남자친구와 달리 성만 다른 친구 사이임을 강조하기 위해 생겨난 신조어지만 요즘 로맨스에서는 여성들의 새로운 이상형으로 묘사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니시리즈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KBS <...
늘 한 계절 빨랐던 사계절제1070호 2014년 11월27일, 클럽 올댓재즈 무대에 선 김종진의 뒤에는 전태관이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쇼맨십이 뛰어난 김종진의 뒤에서 늘 묵묵히 드럼을 연주하던 전태관의 자리는 젊은 연주자가 대신했다. 전태관은 지금 물리적으로 드럼을 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암과 싸우는 중이다. 그래서 이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