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유전자를 건드려 세상에 위로를 꺼냅니다제1069호소설을 읽을 때마다 위안을 받는다. 그 안에는 소외되고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사는 자들의 생활이 있고 이렇게 굴러가면 안 될 것 같은 비틀린 현실이 있다. 무심코 읽은 한 문장에 마음이 둔중하게 울린다. 마음속에 종이 한 장이 있다면, 세상을 살기 위해 애써 상처받지 않은 척하려고 잘 접어둔 종이가 소설을 읽는 동안...
취업준비생 골제1069호 골은 동네 은행에서 계약직 청원경비원으로 일한다. 서울 노량진 학원에 등록하고 경찰공무원 시험을 몇 번 응시했지만 연거푸 낙방한 뒤 선택한 일이다. 고향 부모님께서 매달 보내주시던 생활비와 학원비도 끊긴 지 꽤 되었고 백수로 계속 지내는 것도 무리였다. 시골에 계시는 골의 아버지는 아직까지 악몽으로 남아 …
제주로 떠나요~ 음악여행 즐기러~제1069호평생 ‘덕후’ 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탐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만 오래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데는 젬병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고백한다. 덕질의 즐거움을 아는 몸이 되었다. 이게 다 3년 전 제주 음악여행 때문이다. 2012년 5월, 제주에서 ‘Great ...
거짓말 때문에 인간이 산다제1069호사춘기 시절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망연자실하여 길거리에서 길을 잃은 듯이 운 적이 있는가. 가끔 이 인간이라는 종이 ‘필멸’이라는 운명을 앞에 두고 하루하루를 영위하는 것이 이상할 때가 있다. <부정 본능>(부키 펴냄)은 인간 진화의 방향을 ‘죽음’에 관한 인식에서 출발하는 특이한 이론을 ...
두근거림을 내놓으란 말이다제1069호얼마 전 타계한 블루스 뮤지션 비비 킹은 실연의 순간을 이렇게 노래했다. ‘스릴이 떠났다.’(The Thrill Is Gone) 그녀가 떠났다거나 사랑이 떠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스릴이라는 감정 자체가 사건의 주인공이었다는 거다. 영화, 만화, 드라마 등 모든 대중문화는 이 스릴을 먹고 산다...
<얼렁뚝딱 공작부인> 외 신간 안내제1068호 얼렁뚝딱 공작부인 반디 글·그림, 보리 펴냄, 1만6천원 아이를 가진 뒤로 ‘유기농’ 생활을 시작한 공작부인과 뚝딱남. 아이가 커가는 데 맞춰서 쥐어주는 천연 소재 장난감은 너무 비쌌다. 공작부인은 직접 만들기로 작정한다. 시중에 파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슷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전혀 새로...
공식보다 상식을 배웠어야 했어제1068호얼마 전 우연히 EBS 수능 채널을 보았다. 고등학교 수학이었다. “가로가 6이고 세로가 8인 사각형이 1초에 2씩 가로가 늘고 1씩 세로가 줄어들 때 몇 초 후에 최초의 넓이와 같아지는가?” (대충 비슷하게 지어낸 문제니 실제로 풀어보진 마시라.) 머릿속으로 대충 수식을 만들어보니 강사의 풀이와 맞아떨어졌다...
해충이 물꼬 튼 ‘팍스 스카치위스키’ 시대제1068호영국이 해외로 위스키를 수출하며 매년 벌어들이는 돈은 약 25억파운드, 한화로 4조원 가까운 엄청난 액수다. 이슬람인들이 증류기에서 금을 뽑아내려던 연금술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와중에 그들이 개량을 거듭한 증류기는 유럽에 전파되며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정착된 뒤 오늘날 황금의 물을 뽑아내는 또 다…
처음 만화책을 보았던 곳도 치과제1068호중동 호흡기 질병의 감염자가 급속하게 늘어나던 유월 초 일요일 오후, 동네 카페 계단에서 넘어진 나는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 오후에 벽돌 바닥과 앞니 사이에서 입술이 슬쩍 찢어지고, 앞니 둘도 나란히 부러진 탓에 강 건너 목동에 있는 대형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와 ...
‘아름다운 그림’은 책임의 덤제1068호내 이름은 만세, 고양이다. 내가 사는 집에는 귀여운 것들이 셋이나 있다. 아기, 강아지 그리고 나 고양이, 에헴. 보다시피 나는 외모가 출중, 까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볼 만하다. 하얗고 탐스러운 털,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 앙증맞은 분홍색 코와 발바닥, 그려놓은 듯 둥근 몸매까지. 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