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닭 모가지 비틀던 마음제1070호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이에게 기복만큼 큰 위안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높은 하늘에서 굽어 살피시는 큰 신들이야 돌봐야 할 어린양과 중생이 차고 넘치니 주문이 접수되는 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드는데다 자잘한 기복까지 들어줄 턱이 없다. 그럴 때 찾는 제3금융권처럼 내 잠자리 옆에서 함께 잠자고 밥상 차리...
이동조사원 핀제1070호핀은 이동조사원으로 2년째 일하는 중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다가 친구 따라 선거기간에 투표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던 계기가 인연이 되었다. 인구이동 조사부터 도시 하수구 배관 통계까지 핀은 조사원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봇대 수를 세고 기능을 점검하고 통계 내…
45구의 시체, 그 이유제1070호 2005년 8월30일 미국 루이지애나의 메모리얼 병원 간호사는 환자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더운 열기 속을 탈수 상태로 뛰어다니는 중이었다. 그의 눈에 한 남성 환자가 들어왔다. “도대체 저 남자는 어디서 온 거지?” 메모리얼 병원 내에 있는 자신의 모든 환자를 기억하려고 애쓰던 간호사는 중얼거렸...
<숫자가 된 사람들>등 신간 안내제1069호 숫자가 된 사람들 형제복지원구술프로젝트 지음, 오월의봄 펴냄, 1만5천원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부산에서 사회복지시설로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3146명을 수용했다. 이 중 513명이 사망했다. 수용자들은 몇 년도 몇 번째로 들어왔느냐에 따라 숫자로 이름이 불렸다. 형제복지원은 ...
‘올레’를 외치게 하는 내 남자제1069호정치적 성향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 내 친구 Y는 2012년 대선 때 남편과 대판 싸웠다. 당시 Y는 친구들에게 “남편이 내가 싫어하는 후보 OOO를 찍겠다고 하는데 도저히 설득이 안 된다”면서 하소연을 해왔다. 거기에다 당시 만삭이던 Y를 돌봐주러 고향에서 올라온 친정어머니마저 투표날 “아기가 아직 나올...
빵점 면하게 해줘서 먹은 냉죽제1069호머리를 엉덩이까지 치렁치렁 땋아 내린 옥선이가 2학년에 갑자기 들어와 내 짝궁이 되었습니다.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14살의 처녀였습니다. 긴 치마저고리를 입었습니다. 선생님은 머리도 단발머리로 자르고 치마도 무릎 밑까지 잘라 입고 오라고 합니다. 한국전쟁 직후라 정상적으로 학교 입학이 어려운 때였습니다. …
그림으로 저항하는 소년의 마음제1069호 소년은 어느 날 집을 떠났다. 충남 아산시의 한 시골 마을. 친구는 자전거뿐. 얼굴에는 풍자(風刺·여드름)가 송송. 소년은 바닷가 안면도에도 가고 전라도 땅도 밟았다. 자전거로 태백산맥을 넘어 경북 상주시에도 갔다. 하루 이틀씩 풍찬노숙을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엉겨붙은 찰흙 같은 날, ...
사랑도 글도, 최상의 것은 아껴두게제1069호 한 작가 지망생이 미국 최남단 섬 키웨스트로 고생 끝에 찾아간다. 그가 찾아간 사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전부 쓰레기일 뿐 나아지지 않더라고요”라며 창작의 고통을 털어놓자 대문호가 건넨 첫 번째 교훈은 이거다. “절대 샘이 마를 때까지 자기를 펌프질해서는 안 돼. 내일을 위해 조금은 남겨둬야 하네.” ...
아이의 유년은 부모의 것제1069호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는 말을 이 경우에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모든 남자아기들은 동일한 단계를 거쳐 소년이 되었다. 바로 자동차-공룡-레고 단계다. 그들은 일단 자동차 시기를 맞는데, 온갖 미니카와 중장비 차량 책자를 사들이다보면 어느덧 공룡 시대로 넘어간다. 공룡에 대한 남자아기들…
‘대강’의 제왕제1069호노인이 처음부터 노인 아니었듯(그러니까 벤치에 앉아 흘흘거리고 있는 저 늙은이도 80년 전에는 분홍빛 입술을 오물거리며 어미의 젖꼭지를 찾았더라는 말씀인데) 우리의 제왕(帝王)께서도 처음부터 제왕은 아니었다. 70여 년 전에는 그저 손가락만 꼬물거리는 아이였을 뿐이다. 자연은 그의 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