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음식 영화다제1070호어린 시절, 동네에 담요거지가 살았다. 동네 뒷산인 바위산에서 저녁 어스름에 내려와 “밥 좀 주세요”라고 말하며 바가지를 내밀었다. 새카맣게 때가 묻은 군용 담요, 언제 깎았는지 모르는 수염, 퀭한 눈, 몸에서 풍기는 악취. 처음에 형과 나는 무서워서 방으로 뛰어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었다. 할머니와...
‘나’를 기다려 마중 나와준 ‘나’제1070호 내 속을 털어놓기가 어려워 오랫동안 아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에 대한 근심, 자랑, 분노는 사실 거의 내 이야기였다. 자신에 대해 뭔가 말하고 싶을 때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 방법인가. 자신을 감추고 싶은 저항과 방어기제의 감시를 피해 몰래 밖으로 자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동네 친구들한테 ‘눈썹 인상학’ 배워보실래요제1070호보통의 직장인에게 일요일 저녁 시간은 ‘월요일 전야’(의 피로와 긴장감을 주는 시간)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미리 많이 웃어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절전 모드에서 충전하게 된다. 나도 보통의 직장인이지만 매주 일요일 저녁에 세미나 모임을 갖는다. ‘세미나’가 피로를 부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임은…
떠나자, 세계의 ‘집밥’ 탐험!제1070호‘집밥’ 시대다. 백주부도, 신동엽과 성시경도 ‘오늘 집에서 뭐 해먹지?’라는 고민에 답을 주겠다고 나선다. 대부분의 자취생이나 1인 가구는 정작 프로그램에 나온 집밥 메뉴를 해먹지는 못하고 쓰린 위를 쓰다듬을 뿐이다. 백주부가 백선생으로 나선 프로그램을 보면 수강생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정이 이러...
로그아웃이 필요해제1070호 3%. 스마트폰 배터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집까지 15분은 더 걸어야 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며 포털이나 트위터·페이스북을 살펴보며 걸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지루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버린다’는 초조함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스마트폰 충전은 내 몸에 밥을 ...
불편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제1070호 완행버스. 직행버스와 대비되는 말이다. 종점까지 지름길로 곧장(직행) 가지 않고,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정류소마다 멈춰서는 게 완행버스다. 각 지역의 마을버스·시내버스·농어촌버스를 가리킨다. 하지만 완행버스가 느릿느릿 가는 건 아니다. 빠르게 갈 줄 다 안다. 돌고 돌아 갈 뿐이다. 지방도로·마...
자, 긴장을 내던지고 디스코, 디스코!제1070호정확하게 석 달 전의 일이다. 친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파티 정보를 하나 공유했다. DJ인 디키 트리스코와 디스코 익스페리언스(DISCO EXPERIENCE)가 함께하는 파티였다. 고백하자면, 그 파티는 밤 12시 전이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디키 트리스코도 디스코 익스...
필요한 건 종이와 샤프, 물감뿐제1070호재미있는 일의 아주 중요한 조건들 중 하나.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어야 할 것. 아무도 안 시켰는데 굳이 꼭 하고 싶다면 그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나에겐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정주행하는 것이 그러하다.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는 것도 그러하며 마트에서 돼지고기...
영화 찍기가 제일 쉬웠어요제1070호 우리는 다들 잘 놀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생업과 꿈꾸는 일, 그 사이를 오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없고 늘 피곤한데다, 불안해서 당최 놀 수가 없다. 게다가 가난하다. 왜 그런 꿈을 꿨는지 잊어버린 사람들 목수 일을 하면서 가수를 꿈꾸는 남자 A, 옷가게를 운영하면서 노래를 부르...
심심타파, 노는 법을 알려주마!제1070호바야흐로 여름, ‘그래, 놀자!’ 하고 호기롭게 나서지만 ‘놀아본 놈이 논다’는 상용구가 맴돌 뿐이다. 부인할 수 없는 진실에 가까운 말이다. 일상의 스트레스에 치여 주말이면 잠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정신력을 잠깐 마취시켜 웃다보면 어느새 세상에서 제일 싫은 시간 일요일 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