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에게 힙합 해달라는 얘기제1066호 내 인생의 첫 건전가요는 <어허야 둥기둥기>였다. 이문세를 좋아한 누나들 덕에 나도 함께 이문세의 4집 카세트테이프를 열심히 들었다. 마지막 곡인 <그녀의 웃음소리뿐>의 극적인 마무리 뒤에는 어김없이 <어허야 둥기둥기>가 흘러나왔다. 해바라기의 앨범에도,...
사랑의 선물, 한여름 털장갑 같은제1066호“생각들 해보세요. 누가 더운 여름에 따뜻한 장갑을 선물한답니까? 그게 어리석은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정작 선물해야 할 수놓은 손수건은 선물하지 못한 맹한 계집애라니까요.” 누군가에게 자꾸 뭔가를 주는 걸 사랑이라고 한다지. 그러니 별별 기념일을 챙기고, 매달 14일을 무슨무슨 날이라고 하는 ...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 등 신간 안내제1065호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 닉 콜드리 지음, 이정엽 옮김, 글항아리 펴냄, 1만8천원 저자는 지구 경제 질서를 규정하는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신자유주의 자체’와 별개로 ‘신자유주의 독트린’이라고 부른다. 금융위기 이후 이 독트린의 지배적 주장이 비판받은 뒤에도 신자유주의적 규범 현실은 여전하다. 이를...
동남아의 ‘두문동’ 사람들제1065호“야만은 그들의 특징과 속성이 돼버렸다. 그들은 야만을 마음껏 누렸다. 야만은 곧 권력으로부터의 자유, 통치자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성향은 곧 문명에 대한 안티테제이자 거부였다.”(이븐 할둔) 망한 나라를 잊지 못한 사람들이 ‘두문동’에 모여살았다. 새 나라의 임금이 …
두 개의 자결과 대학도서관제1065호 1970년(그러니까 와우아파트가 무너지고 남영호가 침몰한 해) 11월22일(그러니까 전태일(왼쪽 사진)이 분신하고 9일 뒤), 30대 중반의 한 ‘교육공무원’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인지라 서서히 찾아온 이통(耳痛)에 당황해 수천m 상공에서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혼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제1065호내 이름은 만세, ‘살찐’ 고양이다. 문밖에서 거칠게 테이프를 찍찍 뜯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인은 손에 쥐고 있던 구겨진 전단지들을 식탁 위에 대충 부려놓았다. 아, 저러니 식탁 위에 자꾸만 잡동사니가 쌓이지. 가시는 걸음걸음 집 안을 어지르면서 다니는 주인의 뒤통...
약점의 데스매치제1065호*영화 <무뢰한>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언제나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다. 발가락에 키스하도록 허락해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아니 방금 너의 발로 디딘 그 땅에 키스해도 되겠느냐고 사정하는 것이 사랑이다. 혹시라도 보자고 할까봐 다음주 하루도 다른 약속을 ...
드라마 <도둑들>이 궁금하다제1065호의사 선생님이 돌아오신단다. 셜록의 얼음 두뇌는 튀겨먹고, 하우스의 깐죽거리는 혀는 분자 요리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남자. 시즌3로 다시 찾아온 <한니발>이다. 이 드라마를 어느 선반에 분류해둘까? 고민하던 나는 <로즈마리 베이비> <베이츠 모텔>...
보솔산 수리취 누가 다 뜯어가나제1065호우리 동네에는 수리취떡이네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보고도 수리취떡이네 할아버지라고 하고 수리취떡이네 할머니 수리취떡이네 아들 수리취떡이네 손주라고 부릅니다. 그 집 식구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무조건 수리취떡이네입니다. 1년에 5월 단오날이나 한 번 해먹는 취떡을 매일 주식처럼 해먹어서 붙여진 ...
‘일반’이라는 사기꾼제1065호 내 삶에는 결정적인 하루가 있었다. 2012년 12월14일. 과장을 보태자면 내 인생은 이날을 분기점으로 나뉜다. 물론 이날은 내가 태어난 날도, 새삼스레 종교에 귀의한 날도 아니다. 첫 키스 날도 물론 아니며(서른셋에 첫 키스는 좀 슬프다) 입대일도 결혼식 날도 아니다. 이날은 내가 난생처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