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출판/ 단신제1078호작가를 위하여 김원우 지음, 글항아리 펴냄, 2만7천원 “어째서 선진국의 문턱까지 와 있고 모든 분야가 나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하필 소설만은 그 질이 촌스럽고 한결같이 제자리 뜀뛰기나 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 한국 소설가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좋은 소설·그럴듯한 ...
문학의 기적제1078호여기 이런저런 잡일을 전전하다 방직여공과 결혼한 남자가 있다. 남편이 신문에 실린 정치 기사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떠벌리는 한량이었던지라 아내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홀로 전전긍긍했고, 당연히 부부싸움은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그들의 외아들은 가정형편 때문에 소학교만 졸업하고 잡심부름을 하는 소사가 되지만 …
그래, 나 일 못한다제1078호여정훈은 1년6개월 동안 어느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뒤 나왔다. “회의시간은 나의 결과물과 계획에 대한 성토로 채워졌고, 사무실 분위기도 갈수록 험악해졌다. 회의시간에 몇 번을 뛰쳐나왔다. 일을 잘해보려고 할 일 목록을 적는 노트도 만들어보고 표도 그려봤지만, 노트든 표든 다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발언합시다”제1078호재일조선인이자 도쿄경제대학 교수인 서경식씨의 <내 서재 속 고전>(나무연필 펴냄)은 디아스포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사유를 숨기지 않은 채 ‘고전’을 읽고 경험하고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사이드 음악평론>으로 시작해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
이름 없는 작곡기계였을 뿐제1078호‘같이 작업했는데 음악감독의 이름만 작품 크레디트에 올라갔다’ ‘석 달 동안 공연 준비를 했는데 소송을 하고 나서야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공연을 하고도 돈을 못 받았다’…. 설립 2주년을 맞는 음악인들의 노동조합 ‘뮤지션 유니온’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대동소이하다. 다들 일한 값을 제대로 못 받…
온전한 노동자, 음악인제1078호한국 음악시장의 불합리한 노동 구조는 오랜 시간 업계에서 관행으로 통하면서 공고해졌다. 피해를 입는 쪽은 좁은 국내 음악시장에서 행여나 자신의 위태로운 일자리마저 잃을까봐 불안해하며 쉬쉬해왔다. 피해 사례가 발생해도 이를 상담하고 해결할 창구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주식회사 로이’(이하 …
정말 ‘멋진’ 앨범을 만들어냈다제1078호 이센스의 <디 애넥도트>(The Anecdote) 발매 이틀 전, 음악 관계자들을 초대해 가진 조촐한 음악감상회가 있었다. 앨범 감상 전에 제작 과정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보여줬는데 거기에서 이센스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데뷔한 느낌이거든요. 커리어 이제...
나도 낳고 싶다고제1078호“들리죠? 이게 바로 생명의 소리예요.” 아직 사람의 형체도 아닌 무언가가 힘차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보통 임신 6주부터 들린다는 심장박동이 들리지 않아 마음을 졸이던 참이었다. 여름이(태명)는 거의 8주가 다 돼서야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다. 내 아이의 실체를 처음 실감한 그 순간, 눈물까지는 아니...
고통의 등급제1078호국현씨는 스물 초반 뇌출혈로 말을 못하고 오른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는 뇌병변 장애인이 되었다. 살아갈 방법이 없어 이듬해 시설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27년을 살았다. 마음껏 다니고 싶고 일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다. 국현씨는 자립생활을 꿈꾸었고 선택했다. 자립생활은 쉽지 않았다. 혼자 ...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제1078호 SBS <미세스 캅>은 김희애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도 매우 의미 있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20대에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받으며 일찌감치 정점을 찍은 33년차 배우의 첫 원톱 주연 장르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희애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왔음에도 주 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