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 짓눌리지 않는 과녁의 소중함제1080호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영조(송강호)는, 카를 융의 심리학으로 설명하면, 내면의 그림자와 화해하는 데 실패한 인물이다. 그림자는 콤플렉스, 트라우마, 상처 등의 총합이다. 영조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 가운데 유일하게 천민 무수리(숙빈 최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복형인 경종...
막장계에 부는 새로운 바람!제1080호김순옥이 돌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이 문장 주어의 자리엔 이른바 ‘막장드라마 대모’ 임성한의 이름이 더 어울렸을 것이다. 실제 몇 년 전 MBC는 그가 오랜만에 복귀했을 때 여타의 미사여구 없이 ‘그녀가 돌아왔다’는 한 문장을 대표 홍보 문구로 사용한 바 있다. 그만큼 드라마계에서 임성한의 이름 석 자는 ...
오션블루스가 들려오는 제주 바닷가제1080호청운의 꿈을 안고 제주에서 상경한 밴드 99앵거의 서울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활발히 음반을 발표하고 공연을 했지만 그만큼의 보상은 따르지 않았다. 팀에서 드럼을 치던 임현종은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다.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혼자서 곡을 쓰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를 때의 이름은 젠얼론(Ze...
한화의 관중 모욕제1080호2008년 6월4일은 한국 야구팬들이 최악의 모욕을 느껴야 했던 날이다.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사진). 홈팀인 KIA는 4회까지 만루홈런 등을 앞세워 크게 앞서갔다. 문제는 날씨.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하던 하늘 탓에, 정식 시합으로 인정될 수 있는 5...
일본 위스키에서 본 100살 청년의 모습제1080호 일주일 동안 4천km 이상을 기차로 다니며 일본 전역의 위스키 증류소 취재를 다녀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산토리, 닛카 등 두 메이저 위스키 회사밖에 없는 줄 알았던 일본에 이미 중소 규모의 위스키 회사가 전국 각지에 산재하며 저마다 개성 있는 위스키 생산에 여념이 없다는 점이었다. 연초에 닛카의 창업...
호빗은 간절히 청했다지 “노래를 해보시오!”제1080호초등학생들의 잘못 쓴 맞춤법에 나는 종종 감동을 받곤 한다. 그들의 잦은 실수 중 하나는 ‘우리 엄마·아빤 연예를 8년 하고 결혼했다’라고 쓰는 것이다. 연애와 연예를 헷갈려하는 그들을 위해 나는 공책에 파란색 색연필로 바른 맞춤법을 적어준다. 그러나 ‘나는 커서 연애인이 되고 싶다’는 문장을 보았을 땐 차마 ...
귓속말 공공성제1080호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겪은 일이다. 나는 텍사스에서 출발, 뉴욕을 경유해 워싱턴DC로 가는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옆자리의 중년 백인 남자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었다. 내가 한국이라고 답하자 그가 말했다. “나는 텍사스에서 두 건물을 관리해. 한 건물에는 한국인 유학...
두 숟갈 먹고 아이는 “웩”제1080호점심시간, 사무실. 간장 종지만 한 정육면체 투명 유리그릇 두 개가 내 앞에 있다. 이유식이다. 두 그릇이래봐야 두 큰술이다. 4등분 한 뒤 입을 작게 벌려 오물거려봤다. 쇠고기는 고소함으로 제 역할에 충실하고, 버섯은 특유의 풍미로 혹시나 있을 비린내를 잡았다. 쌀과 감자는 제 위치에서 매끈하게 재료...
<일탈> 외 신간 안내제1079호일탈 게일 루빈 지음, 신혜수·임옥희 등 옮김, 현실문화 펴냄, 4만4천원 성 인류학의 선구자인 게일 루빈 미국 미시간대학 교수의 논문 선집. 25살에 발표한, 가부장제 대신 섹스/젠더 체계를 처음으로 개념화한 ‘여성 거래’, 동성애, S/M뿐 아니라 아동성애까지 섹슈얼리티의 ...
말 안 통하는 사랑제1079호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는데,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 된다. 의미의 집합체인 사랑이 그런 것이었다니. 이렇게 하찮은 것이었다니. 그래서 연애 경험이 너무 없어도 안 되겠지만, 연애를 많이 해본 이들과 사귀는 건 쉽지 않다. 자신이 찼든 차였든, 그런 허무를 거푸 경험한 이들의 마음속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