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이 다른 게 아니다. 세상 끝인 양 더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은 입추를 쌩하니 지나는 싸이키델릭한 전개를 보이고 있으니. 여름이 가는 게 아쉬워서가 아니라(전혀!), 그저 어떤 상황에든 그에 맞는 음악을 칠해 넣고 싶은 사운드트랙성애자로서의 강박에 굴복한 흔적일 뿐인 이 노래들을, 삼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우리 겨드랑이의 땀이 마르기 전에.
<신스 아이 레프트 유>(Since I Left You)
서서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함께 누군가 천국에 온 걸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느긋한 그루브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어떤 여자가 홀가분한 톤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당신과 헤어진 후로 매일매일이 완전 신세계예요….” 남국의 해변을 귀 앞까지 바로 배달해주는 이 곡은 오스트레일리아 그룹 애벌란치스(The Avalanches)의 동명 데뷔 앨범에 실려 있다. 무려 3500장의 LP판에서 가져온 샘플들로 만든 앨범이란 것도 놀랍지만, 나온 지 15년이 된 지금까지 이 신선도가 유지된다는 게 더 놀랍다.
<티셔츠 웨더>(T-Shirt Weather)
말 그대로 ‘티셔츠 입을 날씨’란, 서커 웨이브스(Circa Waves)의 친구들처럼 영국에서 나고 자라다보면 그 길고 칙칙하고 습한 잿빛 날씨들 끝에 찾아오는 귀한 여름날을 뜻한다는 걸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여름이 인생에서 짧게 빛나는 찰나인 젊음의 비유임은 널리 공유되어 있는바, 이 노래에서 고작 20대인 밴드가 17살 무렵의 여름을 회상하며 “그땐 참 아무 걱정 없었는데” 운운하더라도 너무 눈 흘기지 말기를. 누구에게나 ‘돌이켜보는’ 기억 속 여름날은 대개 화창하고 아름다우므로.
<유어 대디스 카>(Your Daddy’s Car)
그렇다고 젊음의 여름이 아무 걱정 없이 놀고먹는 베짱이 같은 계절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디바인 코미디(The Divine Comedy)는 여름의 멜랑콜리, 젊다는 것의 비애를 안다. 애인과 함께 그(그녀)의 아버지 차를 같이 타고서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시동을 걸 때의 두근거림, 그 무모한 광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랑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사랑’이란 깨달음은 결국 그에 걸맞은 결말을 향해 간다. 이 작은 멜로드라마에 시종일관 적용된 단아한 바로크적인 악곡은 얄미울 정도로 효과적이다.
<스노>(Snow) 지금 노래 속 주인공은 추운 겨울에 사방이 온통 새하얀 눈밭을 혼자 헤매며 손도 곱고 발도 얼었건만, 듣는 입장에선 아랑곳없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시즌 상상 피서가 아니겠는가 하며 이 리스트에 척 올려놓는 품이, 보기엔 살짝 잔인할 수도 있겠다. 프리다 순데모(Frida Sundemo)는 스웨덴 출신으로, 북유럽이니까 춥고 깨끗한 겨울 이미지가 잘 어울리겠거니 싶은 가장 무성의한 수준의 통념에조차 정말 성심성의껏 들어맞아주는 ‘투명하고 차가운 일렉트로닉 얼음 팝’을 들려준다. <어거스트 데이 송>(August Day Song) 보사노바는 (배경음악으로 지나치게 혹사당하는 느낌이 늘 있을지언정) 여름에 배치했을 때 거의 실패가 없는 장르다. 베벨 지우베르투(Bebel Gilberto)는 보사노바의 거장 주앙 지우베르투의 딸로, 그녀 나이 34살 때 발표한 <탄토 템포>(Tanto Tempo) 앨범에 8월의 비 내리는 어느 날을 스케치한 이 곡이 들어 있다.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다보면, 그녀처럼 우리도 문득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 외 추천하는 여름 음악 리스트 ‘Dreaming’ by Smallpools ‘Omen (feat. Sam Smith)’ by Disclosure ‘Surf Wax America’ by Weezer ‘Losing To The Dark’ by La Sera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by Otis Redding
성문영 팝칼럼니스트
<스노>(Snow) 지금 노래 속 주인공은 추운 겨울에 사방이 온통 새하얀 눈밭을 혼자 헤매며 손도 곱고 발도 얼었건만, 듣는 입장에선 아랑곳없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시즌 상상 피서가 아니겠는가 하며 이 리스트에 척 올려놓는 품이, 보기엔 살짝 잔인할 수도 있겠다. 프리다 순데모(Frida Sundemo)는 스웨덴 출신으로, 북유럽이니까 춥고 깨끗한 겨울 이미지가 잘 어울리겠거니 싶은 가장 무성의한 수준의 통념에조차 정말 성심성의껏 들어맞아주는 ‘투명하고 차가운 일렉트로닉 얼음 팝’을 들려준다. <어거스트 데이 송>(August Day Song) 보사노바는 (배경음악으로 지나치게 혹사당하는 느낌이 늘 있을지언정) 여름에 배치했을 때 거의 실패가 없는 장르다. 베벨 지우베르투(Bebel Gilberto)는 보사노바의 거장 주앙 지우베르투의 딸로, 그녀 나이 34살 때 발표한 <탄토 템포>(Tanto Tempo) 앨범에 8월의 비 내리는 어느 날을 스케치한 이 곡이 들어 있다.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다보면, 그녀처럼 우리도 문득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 외 추천하는 여름 음악 리스트 ‘Dreaming’ by Smallpools ‘Omen (feat. Sam Smith)’ by Disclosure ‘Surf Wax America’ by Weezer ‘Losing To The Dark’ by La Sera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by Otis Redding
성문영 팝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