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서 가르치는 삶을 꿈꾸다제1183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절실한 목마름으로 배울 때,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목마름’에는 선수다. ‘무덤덤함, 무심함, 무심코’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날카로운 아픔을 느낀다. 나에게는 무심함이나 냉담함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별것도 아닌 것을 애타게 목말라 하고, 절실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
여행 중 호텔에서 그를 만난다면?제1183호호텔 무료 숙박권을 거절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실제 호텔에서 묵어본 적은 서너 번에 불과하다.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조명과 양복을 차려입은 직원들의 미소를 떠올리면 괜스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제공하는 ...
“신라왕릉 가짜 이름 바로잡아요”제1183호 가을비 내리는 10월의 밤. 경주 배반동의 아담한 동산을 따라 ‘왕의 길’을 오른다. 주위를 둘러싼 짙은 솔밭이 어둠을 한껏 빨아들인다. 그 덕일까. 왕릉의 부드러운 자태가 칠흑 속에 금세 윤곽을 드러낸다. 달빛 좋은 날이면, 훤하게 빛을 뿜는다. “신라 52대 효공왕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슬픈...
항일 무장투쟁의 거물 최장기 밀정이 되다제1183호 (제1180호에서 계속) 체포 작전은 1920년 1월31일 새벽 3시부터 4시간 동안 계속됐다. 먼동이 밝아오는 7시가 되어서야 헌병대는 현장을 떠났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 총영사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소득이 컸다. ‘살인강도’ 사건 혐의자를 4명이나 한꺼번에...
'남한산성'이 거세한 맥락들제1183호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 자들은 갇힌 성 안에서 싸우고 또 싸웠고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소설가 김훈이 2007년 써낸 이 문장이 아닐까 한다. 김훈은 이 문장 뒤에 다음과 같은...
도담이가 에어컨을 끈다면?제1182호 전기가 끊기자 온 동네가 암흑천지가 됐다. 아내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있는 일”이라며 능숙하게 책상 위에 놓인 초에 불을 붙였다. 도담이가 태어나기 전, 안식월 휴가를 쓰고 아내가 유학하던 코스타리카에 갔을 때 일이다. 그해 코스타리카에선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중남미에 위치한 ...
1945년 히로시마 거리에 선다면제1182호 현재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2014년 체험기기 제조사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지난해 가상현실을 소셜미디어의 미래로 지목하면서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지금은 머리 위로...
아이와 함께 ‘탈핵 희망’ 읽어요제1182호어린이책시민연대 창원지회 회원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먼저 읽은 탈핵 관련 어린이책을 추천합니다. 서툴지만 진실한 ‘추천사’도 함께 담았습니다. 창원지회는 지난 9월6일 경남 밀양 할매·할배들을 초대해 탈핵·탈송전탑 토크 콘서트도 열었습니다. 이날 처음 시작된 할매·할배들의 ‘탈핵 토크’는 이후 전남 순천, …
절멸의 공포가 잠재한 나라제1182호 일본 후쿠시마 사고 전에도 원전의 위험을 경고한 영화들이 있었다. <동경 핵발전소>(2004)는 도쿄 도지사가 재정 확충을 위해 도쿄에 원전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하는 설정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원전이 그렇게 필요하고 안전한 것이라면 도쿄 한가운데 짓자는 역설을 통해, 원전...
우리는 핵의 자식들이다제1182호 “우리는 핵의 자식들이다.”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악당 세바스찬 쇼우(케빈 베이컨)는 방사능 때문에 남다른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들이 출현했다며 이같이 말한다. 엑스맨의 기원이 핵이었다고 밝히는 이 대사는 앞선 세기를 추억의 근거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