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키나와 ‘평화를 위한 데칼코마니’제1180호‘물감어수 감어인’(勿鑒於水 鑒於人). ‘물에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라’. 문학비평가 이명원(47)의 연구 태도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을 뛰어넘어 보편으로 나아가는 사유의 단초다. 문학연구자로서 지난 수년간 그에게 “정삼각형의 꼭대기에는 문학이, 하단 좌측에는 오키나와가, 우측에는 시민교육이라는 탐구 대상…
부조화를 읽는 맛제1180호책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종종 ‘이 책은 잘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잘 만든 것 같다’는 건 단순히 ‘좋다’ ‘재밌다’ ‘예쁘다’라는 게 아니라 책이 전하려는 내용과 그 책의 형식(제목·카피·디자인·장정 등)이 조화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는 뜻에 가깝다. 무언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위해 그걸...
죽음의 이름 기억하는 사람제1180호‘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나는 오랫동안 불편하게 여겨왔다. 긴 세월 내려온 그 말에서 명성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비치는 듯해 영 마뜩지 않았던 탓이다. 더불어 그 말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것 같아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나의 첫 고양이제1180호 10년 전, 어느 날 고양이가 나에게로 왔다. 달빛이 휘영청 골목을 비추던 밤이었다. 버려진 은갈색 소파에 어미고양이가 아깽이(새끼고양이) 다섯 마리와 앉아 있었다. 하필이면 내가 사는 집 앞에서 그것을 보았다. 달빛 속에 파란 눈을 깜박이며 어미 품을 파고들던 아깽이들! 나와 눈이 마주치자 ...
기저귀는 안전한가요?제1180호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기저귀를 엄청나게 쓴다. 처음엔 면 기저귀 쓰는 게 환경적으로 나을 듯했지만, 기저귀를 빨고 말리고 관리하는 게 힘들어 몇 번 쓰다 포기했다. 유아용품은 가능하면 싼 걸 쓰려 한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 피부에 좋다고 해 비싼 일제 기저귀를 써본 적도 있지만 생각만큼...
‘맞춤형 필터’는 무럭무럭 자란다제1180호 정보가 차고 넘치는 인터넷 세상에서 누군가 내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아서 살피겠다고 한다. 나와 같은 물건을 산 사람들이 또 어떤 다른 물건을 샀는지도 귀띔해준다. 그것도 공짜로. 얼마나 가상한 일인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공짜니 누리면 그만일까? 제대로 누리고는 있나...
북유럽풍 삶을 살고 싶다제1180호 올 여름방학 때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을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둘러본 뒤, 요새 나는 심각한 ‘북유럽앓이’를 하고 있다. 북유럽 관련 서적이 나오면 냉큼 사서 한달음에 읽고, 북유럽 라이프에 관련된 사소한 뉴스라도 나오면 마치 고향에 큰일이라도 난 듯 눈이 휘둥그레져 넋을 잃곤 한다. 이런...
도대체 누가 밀정이었나제1180호 (제1177호에서 계속) 배는 8시간을 달렸다. 1920년 1월9일 밤 9시 포시에트 항구를 떠난 기선은 이튿날 새벽 5시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닿았다. 어둠 속에 도시가 빛났다. 일곱 가지 색깔로 꾸민 조명이 높은 산을 꾸미고 있었다. 찬란했다. 밤하늘의 별인지 전깃불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을...
파파이스가 무대를 떠나는 날은제1180호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미디어 5층. 한겨레TV의 스튜디오와 편집실 실내등은 꺼지지 않습니다. 2017년 가을,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1일 1프로그램’. 사무실 파티션에 붙여둔 노란 포스트잇에 적힌 편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겨레TV 제작진 11명은 철야 릴레이를 이어가고 ...
농촌 바꾸는 두 여성농민제1180호 ■김정열씨 “돈 없어도 자부심” 마을 어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때 묻지 않은 시골 냄새가 은근하다. 순간 초여름 여행한 부탄의 마을에 다시 왔나 착각이 들었다. 60가구가 소농의 삶을 꾸려가는 경북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 마을이다. 김정열(51)씨는 보따리 달랑 하나 들고 27년 전 봉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