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의 비제1178호 “돈 몇 푼에. 부끄럽수다. 부끄럽수다. 남편 생각하면 가슴 미어져 죄인처럼 살았는데. 큰돈도 아니고. 앞으론 더 노력해보겠수다.” 목백일홍 왁자하게 눈부신 그늘 아래 백발의 93살 할머니가 한사코 손사래 쳤다. 이상숙 할머니. 마른 목소리가 울고 있었다. “여기는 대학살을 감행한 후 증거인멸...
‘민족사관’ 아니라 ‘반공-냉전사관’이다제1178호 이유립이 1979년 출간한 <환단고기>는 위서, 즉 ‘가짜’ 책이다. 역사학계는 1990년대 이후 활발한 연구를 통해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환단고기>가 위서라는 결정적 증거는 다음과 같다. 이유립이 &l...
그대 영원히 ‘행복한 사람’제1178호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8월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 장례식장.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가 잔잔한 호수에 동심원을 그리듯 울려퍼졌다. 흑백 영정사진 속 얼굴이 흐느끼는 사람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듯했다. 방광암으로 투병하다 8월28일 새벽 세상을 ...
체 게바라에게 미안한 이름제1177호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그의 인생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여행 가서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를 난전에서 덥석 사들고 오기도 했다. 입어보지도 않고 사와 몸에 너무 작았고, 한번 빨았더니 날염이 번져 결국 버리고 말았지만…. 한때 ‘별다방’ 일회용 컵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팔리는 ...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제1177호 나는 4살·6살, 두 아이의 아빠다. 밤 11시, 아이들이 잘 자는지 방에 들어가보았다. 형과 동생, 엉망으로 누운 두 아이가 손잡은 채 자고 있었다. 다른 집 아이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가끔 손을 잡고 잔다. 돌 지나 자녀를 따로 재우고 각방을 주는 미국식 육아에선 보기 ...
<레티시아-인간의 종말> 외 신간 안내제1177호레티시아-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 김윤진 옮김, 알마 펴냄, 1만7500원 2011년 프랑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레티시아 페레 살해 사건’을 소재로 한 르포문학.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이반 자블론카는 그 사건으로 붕괴된 가정의 아이들과 여성의 고통을 폭로한다. ...
살아내려 시를 썼다제1177호어미는 그저 미안하다고 했다. 배를 무리하게 증개축한 이, 기준치 이상으로 화물을 실은 이, 침몰하는 배에 가만히 있으라고 한 이,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은 이, 그리고 아이들이 가라앉던 화급한 그 시각 올림머리 하느라 90분을 낭비한 이, 모두 입을 닫은 가운데 어미는 그저 미안하다고 했다. 가해한 ...
격동의 시기, 열망과 좌절제1177호“귀하가 찬성하는 것은? (가)자본주의 14% (나)사회주의 70% (다)공산주의 7% (라)모름 8%” 1946년 8월13일 <동아일보>가 발표한 미군정의 여론조사 내용의 일부다. 대학 신입생 때 해방 정국에서 남한의 민중이 압도적으로 사회주의를 원했다는 이 ...
똥줄 타게 무례한 푼수때기의 뒷수습제1177호 와잎이다. 어서 와~, 이번 시즌에 내가 등장한 건 처음이지? 전국의 알중(알코올중독자) 제위여, 그동안 되지도 않는 X기자의 칼럼 읽느라 고생 많았다. 사실 연재를 재개했다는 얘길 듣고 어이가 상실됐다. 그렇게 처자식과 친구들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 편집장이 시킨다고 그걸 넙죽 받아서 쓰고 앉았...
SF 타고 지구 밖으로 간 이유는요?제1177호2017년 한국 과학소설(SF)을 대표하고 이끄는 듀나·김보영·배명훈 작가와 ‘SF 덕후’이자 순문학·논픽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장강명 작가가 함께 SF 소설집을 냈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이하 <아우시>, 한겨레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