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제1191호“철학과는 사라져야 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할 때부터 종종하던 말이다. 물론, 철학과는 사라지되 철학 수업은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을 잇곤 했다. 철학에서 중요한 건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마음가짐이지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딴에는 대단한 문제의식이라 여겼지만, 이내 ‘철학’보다 ‘…
외로운 도주의 기록제1191호<힐빌리의 노래>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꽤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J.D. 밴스가 31살에 쓴 회고록이자 성공담이다. 그는 정신적·물질적 빈곤이 자녀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끼치는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과 같은 신분 상승을 이루면 어떤 느낌이 ...
매일 오후 5시, 휴대전화가 울린다제1191호 인생의 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지금은 더 이상 아니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절실하던 때가 있었다. 올여름 한국에서 81살의 엘레노어 코폴라 감독이 연출하고 다이앤 레인이 주연으로 나온 <파리로 가는 길>을 봤다. 프랑스 칸에서 파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맛난 ...
개성 있는 책, 여기 다 모였다제1191호동네 골목골목에 자리잡은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이 있는 독립책방. 그곳에는 대형 서점에서 만나기 어려운 소규모로 제작된 독립출판물이 가득하다. 그중에서 독립출판물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은 독립책방을 소개한다.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지만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들이다. _편집자 ...
창작자 ‘완전 정착’을 꿈꾼다제1191호 힘내라! 동네책방 ① 책방을 체험하다 ② 지역을 살리다 ③ 오래된 미래를 보다 ④ 다양성의 서점으로 모든 인연의 시작은 불시착이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오피스텔 건물 2층에 있는 ‘지구불시착’. 법무사 사무실, ...
졌다, 간짜장에게제1190호 오래전부터 단골로 가는 중국집이 있다. 원래 짜장면을 좋아하지 않아 어딜 가도 짬뽕을 시키는 내가 그 집에만 가면 간짜장을 시켜 먹는다. 그 집은 팔보채도 맛있다. 그래서 언니와 나, 남자친구 이렇게 셋이 가면 팔보채 중자를 시키고 간짜장 2인분을 세 그릇으로 나눠 달라고 해서 먹으면 딱 맞는다. 간짜...
경주에서 1년제1191호 1. 점심 식사 시간, 햇볕이 좋은 날이면 우리는 드물게 게임을 한다. 의사에게 들은 친절한 언어들의 열전을 벌인다. 내 앞에 앉은 은영이 말하고 있다. “항암 치료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항암 그만하고 3개월 후에 체크하러 오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의사가 나를 빤히...
《NL 현대사》 외 신간 소개제1190호NL 현대사 박찬수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5천원 <한겨레> 편집국장을 지낸 필자가 1980~90년대 한국 사회변혁 운동을 이끌어온 NL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복원해냈다. 그는 NL 사조가 한국 사회에 남긴 가장 아픈 부분이 과거의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
기생이 무슨 죄여제1190호공교롭게도, 기생을 주제로 한 책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출간됐다. 조선시대 후기 한량 한재락이 1820년대 평양에서 이름을 날린 기생 66명에 대해 기록한 <녹파잡기>와 그로부터 100여 년 뒤 “여성의 적인 남성들을 포로하려는 복수 전사의 일원이 되겠다”는 글을 기고한 ...
아이의 동선, 어른의 시선제1190호 다엘이 학교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가끔 다엘이 빌려 쓰는 할머니 휴대전화로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문자가 왔다. ‘여행이 재미있고 공부에 보탬이 되나, 어떠신가. 기쁘고 행복한 여행되셔, 다엘선생.’ 들여다보니 그간 주고받은 문자들이 있었다. ‘아저씨, 파이팅 하세요.’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기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