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죽음’을 찾아서제1197호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내일의 안녕>은 말기 환자 ‘마그다’의 행복한 죽음을 다룬다. 심장이 멎기까지 그의 곁엔 정성스럽게 돌봐주는(cure가 아닌 care) 의사 ‘훌리안’과 새로운 사랑 ‘아르투르’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죽음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
잊히는 것들에 대하여제1197호이제는 좀 줄었지만,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한 친척 어르신은 “백과사전 같은 걸 들고 다니면서 파는 거냐”고 묻기도 하셨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럼 책 쓰는 거야?”였다. “책은 작가가 쓰지”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도 많았다. 좀더 관심 있는...
개자식, 영철이들제1197호김엄지의 첫 번째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에는 주인공이 김영철인 소설이 두 편 있다. ‘삼뻑의 즐거움’과 ‘영철이’이다. ‘삼뻑의 즐거움’의 영철은 16살 아들 팔광과 둘이 살고, ‘영철이’의 영철은 결혼한 지 7년 된 아내와 갈색 개 한 마리, 이렇게 셋이 산다. 심지어 ...
사위로서 나는 몇 급인가?제1197호 장모님이 우리 집에 출퇴근한 지 보름쯤 됐다. 아내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장모님이 도담이를 돌봐주기로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너무 어리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찾자니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 마침 아이 돌보기 일을 하던 장모님이라면 도담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가 재취업에 ...
그들의 고통 거울이 되다제1197호 “암탉은 달걀이 또 다른 달걀을 만드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가 1871년 <삶과 습관>에 쓴 이 문장은 다가올 현대 공장식 축산을 예고했다. 같은 의미로 젖소는 우유를 짜내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돼지도, 거위도, 기니피그도 각각 삼겹살과 ...
“안정적 애착은 최고의 정신건강제”제1197호 “다음주부터 기말고사니까 이제 공부해야지?” “아, 또 공부, 지겨워!” “지금까지 실컷 놀았는데, 뭐가 지겨워! 얼른 들어가서 공부해!” “아 씨, 짜증 나 죽겠네.” “아 씨? 짜증 나? 그게 부모에게 할 소리야!”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쾅!(문 닫는 소리) ...
‘사람이 먼저’ 내세우는 정부 맞나제1197호 며칠간 좀 크다 싶은 커뮤니티에는 어김없이 비슷한 글들이 올라왔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원래는 올림픽에 진출 못할 실력을 가진 팀이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로비해 지금은 없어진 개최국 특혜로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글의 목적은 뻔했다. 너희도 ‘정당’하게 진출한 게 아니니, 북한과의 단일...
난 자위하는 여자제1197호 “할머니 자위해요?” “젊을 때 했지.” “언제 했어요?” “할아버지가 해준 게 부족했을 때 했지.” 여성의 자위를 소재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영화 <자밍아웃>의 한 장면이다. 81살 할머니와 ‘자위 토크’를 하는 손녀는 이 다큐를 제작한 김예지(24)씨다. 김씨는 이 다큐에서...
블록체인, 중요한 미래 기술?제1197호 철학자 랭던 위너는 현대인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기술적 몽유병’이라 했다. 잠자면서 걷는 것처럼, 우리 존재 조건을 바꿀 수도 있는 변화를 ‘멍 때리며’ 인정한다는 말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뇌가 없다’라고나 할까. 정말 그렇다. 나는 컴퓨터를 왜 써야 하는지, 인터넷을 왜 받아...
<인문예술> 외 신간 안내제1196호인문예술 3 편집부 엮음, 소명출판 펴냄, 1만8천원 연간 무크지. ‘촛불혁명 이후’ 인문학과 문학예술의 길을 모색한다. 제9회 임화문학예술상을 받은 문학평론가 권성우의 평론(‘고독과 쑥스러움’)을 비롯해 여러 인문에세이와 신작 시·소설이 실렸다. 부족의 시대 미셸 마페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