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세상 나쁜 여자제1201호여성주의·평화 연구자인 정희진의 글은 늘 ‘혼자서’를 전제로 한다.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혼자 생각을 길어낸다. 경쾌한 문장으로 통쾌한 직설을 날릴 때도 행간에서 고통이 배어나오는 까닭은 외로움과 고독에 전면적으로 맞서는 그 ‘혼자서’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그가 아예 ‘…
많이 배웠습니다, 독자님제1201호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모집한 독자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을 시작한 건 지난해 말 참석한 몇몇 출판 관련 세미나의 영향 때문이었다. 출판 시장은 점점 안 좋아지고 앞으로 무슨 책을 내야 살아남을지 막막한 상황에서, 이 상황을 타개할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
그는 정말 악인인가제1201호이기호의 <김 박사는 누구인가?>를 읽은 ‘누군가’는 책 속 주인공들을 가리켜 죄다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법적 처벌이 가능한 살인, 강도, 사기와 같은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비겁하고 이기적인 데가 있다. 피해자 편이 아닌 피의자의 편에 섰기 때문이고, 하나...
아빠 아빠, 헌 앱 줄게 새 앱 다오제1201호 ‘영리한 한스’, 1904년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독일의 유명한 말이다. 한스는 수학 문제도 척척 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말이나 글로 질문하면, 발굽으로 바닥을 두드려 대답했다. “16의 제곱근은?” “툭, 툭, 툭, 툭.” 네 번 굴렀으니 답은 4. 어찌...
눈 내린 고양이 숲제1201호 겨울 고양이 숲은 적막하다. 눈 내린 고양이 숲은 더더욱. 이 고양이 숲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동네 역전 고양이들의 비밀 휴게소이자 은밀한 놀이터이다. 왠지 여기서는 고양이가 주인이고 사람이 객이 된다. 그래서 이곳은 고양이만의 복된 영역이며 고양이의 행복지수가 조금은 나을 거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조심하다 날린 시간들이여, 안녕제1201호 마흔 문턱을 넘으며 가장 후회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다. 전광석화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느라 허비한 모든 시간이 아까웠어. 네가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너의 환경 때문에, 네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들 때문에 몸 사리고, 주저...
눈감고 이룬 ‘가수의 꿈’제1201호 “칭찬이라도 많이 해줄걸 그랬어요.” 음반사 직원과 음악가. 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표적인 인디 음반사 ‘일렉트릭 뮤즈’의 A&R(Artist and Repertoire·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레코드를 기획·제작, 곡목 관리 등을 하는 스태프)이었던 ...
게임이 묻는다, 전쟁이란 무엇인가?제1201호 체코 프라하와 폴란드 바르샤바 중 한 곳을 여행할 수 있다면? 십중팔구 프라하다.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다. 2004년 <파리의 연인>이 성공을 거둔 다음 바통을 이어받은 도시는 프라하였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풍광이 배경인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지금 이 순간, 행복을 타다제1201호 ‘스각, 스각, 스각.’ 태극 마크를 단 선수들이 썰매를 타고 얼음을 가른다. 퍽을 사이에 두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다. 구르고 넘어지지만 다시 골대로 돌진한다. “골~!” 그러나 관중석은 텅 비어 있다. “극장이 싫어하는 요소 다 갖췄다” 파라아이스하키(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
부부는 둘이다제1200호 “결혼한 그 이유 때문에 이혼한다.” 부부 상담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연애할 때 눈길을 끌었던 그의 ‘꼼꼼함’은 결혼한 뒤 ‘쩨쩨함’으로, ‘우직함’은 ‘고집불통’으로 보이게 된다. 베푸는 미덕은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변하고, 박학다식해 보여 좋았던 똘똘함은 ‘재수 없는 잘난 척’으로 느껴질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