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애벌레가 아빠 잡아먹네제1195호 ① 애벌레를 먹이다 아빠랑 뭐하고 놀래? 이제 엄마는 엄마 시간 가져야지. 태블릿PC 할 거면 이리 와. 그림책 볼 때처럼 안겨요. 너 <배고픈 애벌레> 좋아하지? 그 애벌레를 키우는 3차원(3D) 앱이 있어. 잘 먹이고 잘 놀아주면 뾰로롱 나비가 된단다. 그렇지, ...
함께 만드는 ‘맛있는 노동’제1195호 탁탁탁. 칼질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솔솔 풍긴다. 1월4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 있는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 이곳 대표 박진숙(49)씨는 “오늘 주문 들어온 도시락 21인분을 만들고 내일 배달할 도시락 재료 준비를 미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
위대한 공연의 장인제1195호 1980년대 중·후반,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나는 팝음악에 경도돼 있었다. 초등학생 때 <가요톱10> 같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난 이선희의 《J에게》, 구창모의 《희나리》 같은 노래를 꽤 좋아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마이클 잭슨, 프린스, 조지 마이클이 속한 ...
‘B급 며느리’가 어때서?제1195호 “B급은 무슨 B급이야? F급이야. B급이나 되면 좋아.” 시어머니 조경숙씨가 분통 터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시부모한테 잘못했어, 뭐를 했어? …나는 당신도 야속해.” 시어머니가 남편과 아들을 앞에 두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김진영씨는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F급 며느리’다. 시어머니 전화...
유일한 친정, 언니제1195호 맨 처음 비행기를 탄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남도 여행을 갔을 때다. 언니도 함께였다. 셋이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부탁했다가 질문을 들었다. “세 분은 어떤 사이세요? 선생님과 제자들이신가.” 언니와 나는 어릴 적부터 딴판으로 생긴 외모 때문에 함께 ...
스탈린 광기에 희생된 혁명가제1194호 해방이 되자 혁명가들이 되돌아왔다. 국외로 망명한 항일운동가들이 속속 귀환했다. 중국 충칭에서 임시정부 요인들이 돌아왔고, 옌안에서 독립동맹 인사들이 귀국했다. 미국에서 살던 이승만도, 만주에서 활동하던 동북항일연군 조선인 간부들도 입국했다. 국외뿐이랴. 국내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던 비합법 지하 ...
인지상정의 인생철학제1194호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음. 이때 책은 세상사 모두를 아우르거니와, 손에 움켜쥐려고만 하는 게 집념(執念)이며, 멀찍이 두고 스치듯 볼 때 괘념(掛念)이라 한다. 괘(掛)는 걸어둔다는 뜻. 우리들 삶은 집념에 쏠릴 때 과유불급의 어리석음에 빠지기 쉽고, 괘념으로 기울 때 이기심의 ...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한다제1194호출판일을 시작한 건 학습지와 전집을 출간하고 유통하는 대형 출판사에서였다. 처음부터 출판편집자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해 이리저리 찾아보다 그 기업의 채용 공고를 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직군이 ‘편집개발’뿐이어서 그렇게 지원했다. 운 좋게 합격해 연수도 받고 팀 배…
산타 할아버지는 처음이지?제1194호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술에 거나하게 취해 퇴근했는데 집 안이 적막했다. 이상하다 싶어 안방에 가보니 도담이가 감기로 앓아누워 있었다. 아내가 도담이의 체온을 재고는 “39도까지 올랐으니 정신 바짝 차리라”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요 며칠 도담이가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아 이날 낮 병원...
내 집 빈방에 여자가 산다제1194호“작은 빌라에서 살아가는 오십 대 남자를 상상해보라.” 일찍이 사는 일에 크게 실망한 남자의 얼굴. 그런 얼굴을 가진 오십 대 남자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미간에 깊은 골이 파여 성마른 표정을 가졌을 확률이 크지만, 정반대의 얼굴을 가졌을 가능성도 크다. 남자의 이름은 시무라 고보, 쉰여섯 살,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