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문세는 지난해 12월 열린 ‘2017 시어터(Theatre) 이문세’에서 콘서트와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추억’이었던 이문세의 재발견 그런 내게 큰 충격을 준 일이 벌어졌다. 2010년 12월 대중음악 담당 기자로서 찾은 이문세의 공연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엄청난 감동을 받은 것이다. 공중에 솟은 이동무대 위의 이문세와 관객이 <이별 이야기>를 듀엣으로 부르는 대목에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무대에서 이문세의 수많은 히트곡들은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됐다. 때론 스윙감 넘치는 빅밴드로, 때론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때론 애잔한 통기타 한 대만으로 노래를 더욱 빛나게 했다. 15인조 빅밴드, 40인조 관현악단, 30명의 백댄서와 현대무용수, 40여 명의 코러스 합창단과 한 몸처럼 움직인 이문세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다. 1만 석 규모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공연을 3회 전석 매진시킨 이문세는 이듬해 봄, 이화여대 안 600석 규모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했다. 큰 무대와는 다른 아기자기한 연출과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무대는 이전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2년 뒤인 2013년 6월, 그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 도전했다. 런던브리지를 닮은 초대형 무대에서 그는 5만여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공연의 장인’을 보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2월23일, 이문세의 공연을 오랜만에 또 봤다.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안무로 꾸린 무대는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이문세의 공연은 볼 때마다 새롭고 재밌다. 그는 공연 중 상영한 셀카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연(투어)을 하나 마치고 나서 다음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땐 마음을 비웁니다. 그래야 새로운 걸 또 채울 수 있거든요.” 자신을 비우기 위해 그가 여행을 떠난 곳은 아프리카 케냐였다. “거기서 쏟아질 듯한 별밤을 보며 기타가 있었다면 이 노래를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나더니, 갑자기 무대에 등장해 통기타를 치며 <그녀의 웃음소리뿐>과 <옛사랑>을 불렀다. 절창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노래 솜씨는 꺾이기는커녕 끝 모르게 치솟기만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문세는 공연으로 창작을 하고 있구나. 새로운 노래를 위해 쏟아붓던 창작욕을 이제 무대로 승화하고 있구나. 공연 하나하나가 날마다 새로운 창작이구나. 한국 대중음악계에 이만큼 위대한 공연의 장인이 있음에 새삼 감사했다. 이틀 뒤인 12월25일, 윤종신의 공연을 봤다. 그는 지난 한 해를 강타했던 <좋니>를 비롯해 많은 히트곡을 들려줬지만, 내 마음을 크게 울린 것은 히트하지 않은 노래 <버드맨>이었다. 2015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버드맨>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윤종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됐다고 했다. 노랫말은 이렇다. “그대가 좋아했으면/ 나를 바라봐줬으면/ 잔뜩 멋부린 내 모습을/ 좋아해준 그대들/ 다 어디 갔나요/ 나 여기 있는데/…/ 나 이게 전부예요/ 내가 제일 잘하는 그거/ 시간이 흘러서 이제야 그럴듯한데/ 덜 익은 그때가 좋대/ 나 이제 저 멀리 보아요/ 날개를 활짝 펼 수 있기에/ 오래도록 괴롭혔던 그 고통에/ 뭐든 참을 수 있다오/ 날지만 높은 건 아냐/ 어디든 뭐든 좋을 뿐/ 결국 난 사랑받고 싶어/ 내려앉을 거예요/ 그땐 쇠잔한 날개를/ 쓰다듬어줘요 그대” 고통과 고민이 따를지라도… 윤종신은 다달이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9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15년 월간 윤종신 2월호>로 발표한 이 노래를 두고 “창작하면서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했다. 고통과 고민이 따를지라도 우리를 위해 무대로든 노래로든 늘 새로운 창작을 하는 이 시대의 예술가들에게 감사한다. 서정민 씨네플레이 대표·전 <한겨레> 대중음악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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