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공감을 낚아채는 촉의 비밀, <일타 스캔들>의 양희승 작가제1454호 “누가 이 대한민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새벽같이 고동치는 나라. 닭 울기 전부터 고성이 오가는 나라. 아침 댓바람부터 고단하고 고달프고 그래도 고진감래를 믿으며 고삐를 늦출 새 없이 고생길을 달려 고소득, 고학력, 고득점, 고위층을 향해 고고하는 나라.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 아닌가?” ...
사람 사이에, 사람들 속에… <갯마을 차차차>의 신하은 작가제1454호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대체 그쪽 정체가 뭐냐구!”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tvN, 2021년)에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두식, 아니 홍반장(김선호 분)을 궁금해하던 윤혜진(신민아 분)의 대사다. 이 말을 고스란히 이 사람한테 던져주고 싶다...
장르에 충실하게, 장르를 벗어나서, <지옥>의 연상호 감독제1454호 “ 그 사람 사진 , 한자 이름 , 그리고 물건만 있으면 방법할 수 있다 ” 는 ‘ 방법사 ’ 소진 ( 정지소 분 ) 과 “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 는 글귀를 해석해낸 문양해독가 수진 ( 신현빈 분 ). ‘ 연니버스 ’( 연상호의 유니버스 ) 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력은 매번 ...
‘시대의 우울’ 날리는 촌철살인 유머, <빈센조>의 박재범 작가제1454호 재미와 의미는 마치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 같아서 동시에 잡기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양자택일의 고정관념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박재범 작가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그런 짐작은 이내 확신으로 변모한다. 잔혹한 이탈리아 마피아가 국내 재벌과 법조계의 부정한…
일상의 조각을 꿰매는 미스터리,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제1454호 드라마 <청춘시대>에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나온다. 아르바이트로 학비, 생활비, 아픈 동생 병원비까지 벌어야 하는 생계형 대학생 윤진명(한예리 분),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중년 남성들과 관계를 맺고 용돈을 받으며 화려한 생활을 하는 강이나(류화영 분). 이나는 진명의 성실하고 단단한 인생이 ...
세상의 끝에서 화려하게 돌아온 사내, <이태원 클라쓰> 조광진 작가제1454호 2020년 1월31일 JTBC를 통해 첫 방송을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연출 김성윤)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16부작의 첫 방송에서 5.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로 출발, 2주 만에 10%로 치솟더니 매회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종회는 ...
기교가 아니다, 사로잡힘이다 [무적의 글쓰기]제1453호 글 쓰는 사람들이 흔히 까먹는 게 있습니다. 나는 보았지만 독자는 보지 못했다는 것. 나는 느끼지만 독자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 다시 말해, 독자는 현장에 없었다는 것. 그 차이를 잊으면 자기 경험을 간단하고 추상적인 말로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엄청 재미있다’ ‘감동적이었다’고 쓰거나, 음식을 먹고...
영화 <타르>의 무의식에 깔린 것제1453호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지휘자 리디아 타르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타르는 감독이 블란쳇을 염두에 두고 창조한 가상의 존재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여성 상임 ‘마에스트로’, 독보적인 예술가, 위선적인 야망의 화신, 레즈비언, 젊은 여성 음악가 육성 프로젝트의 설립자, ...
작가를 발굴한다고요? 고대 유물도 아닌데제1453호 작가를 ‘발굴한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특히 신인 작가, 첫 책 작가를 찾는 과정을 그렇게 부른다. “작가 발굴을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답할 말은 잊고 ‘발굴’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인디아나 존스 박사와 중절모, 정글과 사막에까지 이르고 만다. 작가가 고대 유물도 보물도 아닌데 왜 발굴...
아무것도 아니기에 뭐든 될 수 있는제1453호 고교 시절 체육 시간에 한 친구가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마침 당시 주변을 걷던 국어 선생님이 한걸음에 달려와 도움을 줬다. 선생님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빗자루를 집었다. 솔과 막대기 부분을 분리해 막대기를 부목 삼더니 자기 내의를 찢어 붕대로 썼다. 재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그 친구는 부상이 더 악화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