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지민의 빌보드 1위가 허문 케이팝의 한계제1459호 방탄소년단 지민의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의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Hot)100’ 1위로 데뷔했다. 케이팝 솔로 가수로서는 최초다. ‘방탄소년단이 방탄소년단 한’ 다음 날엔 늘 그렇듯, ...
내가 되려던 건 뭐였을까제1459호 친구 차에 짐을 싣고 서울을 떠나던 때를 기억한다.웬만한 세간살이는 내다 버려야 했다. 대학을 마치고 취직할 때까지 큰아버지 독서실 일을 도우며 생활하기로 했다. 독서실 계단을 올랐다. 책상들이 놓인 방 한 칸을 거처로 삼았다. 한쪽 책상에 책들을 꽂아두고 비키니장에 옷가지를 걸었다. 베란다에 샤워부스가 놓이…
한낱 인간의 감각으로 물고기를 알 수 있을까제1459호 물고기는 통증을 느낄까? 20세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당연한 상식처럼 통용됐다. 변화가 생긴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2003년 발표된 린 스네든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처음으로 상식에 균열을 냈다. 연구팀은 송어의 입술에 봉독과 아세트산을 주입했는데, 이 물고기들은 바닥에 누워 몸을 좌우...
비극의 기억을 개발로 덮다제1458호 “지금은 콘텐츠 시대입니다. 아이티(IT) 기업과 반도체 설계 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올해 제주 4·3 대통령 추념사를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저렇게 말해도 되나?...
모두 문 닫을거라던 독립서점이 영국서 늘었다고?제1458호 넬슨 제독 기념비가 서 있는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코번트 가든 쪽으로 간다. 헬렌 한프가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써서 유명해진 영국 런던의 중고서점 거리 채링크로스로 가기 위해서다. 레스터 스퀘어 역을 지나면 서점이 하나둘 보인다. 에니 어마운트 오브 북스, 헨리 포더스 북스...
무도의 초보처럼 던지고 던져져라제1458호 저희 아버지는 말이 없었습니다. ‘생활 한국어(!)’ 외에는 당최 말이 없었습니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때에나 뭐라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담장 밖 이야기를 했습니다. 6남매였지만 집은 항상 절집처럼 고요했습니다. 그렇게 자라서인지 또렷하게 기억나는 ‘아버지의 말’이 몇 안 됩니다. 이를테면, “니 ...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슬픈 모습만 보여주긴 싫어요”제1458호 떠난 사람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어떤 이는 홀로 침잠한다. 또 어떤 이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이미경씨는 후자다. 그는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로 아들 영만을 잃었다. “울고, 분노하고, 모든 것이 원망스러운” 날들이었다. 삶의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
“마른 옥수숫대 베놔서 어려와”제1458호 “올해는 뭐 할 거여?” 요즘 진부에 가면 인사 대신 오가는 말이다. “옥수수죠, 뭐.” 뾰족한 대안이 없다. 우리처럼 상주하는 농부가 아니면 감자나 옥수수인데, 감자보단 옥수수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맛있다. 물론 감자도 맛있다. 그런데 겨울에 여행 가서도 진공포장된 현지 옥수수를 사 먹어보고(어디 ...
뇌는 얼굴보다 천천히 늙는다제1457호 저녁을 준비하다가 다진 마늘을 찾으려 냉장고 문을 열려는데 아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군요. 급히 휴지를 찾아 문틈 사이로 건네주고 주방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열려다 순간 멈칫했습니다. ‘내가 뭘 꺼내려 했지?’ 한때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나름 공부...
지속가능한 취미생활, ‘글리’로 가도 되나요제1457호 친구의 블로그에서 귀여운 섬네일을 보았다. ‘멜티드’(Melted)라고 적힌 흘러내리는 풍선껌 같은 글씨 앞에서 음악을 트는 디제이(DJ)였다. 호기심에 이미지를 클릭해 첫 곡을 듣는 순간 마음이 몽글해졌다. 하지만 이 감동은 디제이가 주는 게 아니라 ‘원곡이 좋아서’이지 않나. 잘 모르는 분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