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다’는 착각제1455호 전례 없는 대학의 위기 속에 개강을 맞았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은 문화 콘텐츠 창작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수도권임에도 주변 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몇몇 전문대학은 모집 학생의 절반을 겨우 채웠다. 이 때문에 어떤 학교는 입학생에게 파격적인 선물과 장학금을…
작약이야 자기야 봄에 속삭여 부르면제1455호 늦겨울에서 초봄으로 건너가는 환절기는 제가 가장 조바심을 내는 계절이자 실은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오래도록 봄을 기다린 마음에 더해, 이르게 개장한 화훼시장에는 반가운 모종이 가득 들어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오가며 한두 개씩 화분을 사다 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화훼(花卉)라는 말은 무척...
엄마가 되니 창업밖에 없더라제1455호 한 명의 여성으로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다. 과거 내가 다닌 회사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은 뒤 결혼을 빨리하면 안 된다는 은근한 눈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내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이유 아닐까? 그런데 아이가 한창 울어대는 한 3년차 엄…
‘21’도 드라마다제1454호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며 오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그들이 사는 세상...
‘자유’ 이전의 민주주의가 진짜다제1455호 “이 정권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합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입니다.” 2021년 6월, 전직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의 대선 출마 선언의 한 대목이다. 20...
500년 된 서점에서 훔쳐본 미래제1453호 2022년 필자가 쓴 <동네책방 생존탐구>의 일본어판이 쿠온출판사에서 발행됐다. 일본 서점인이 쓴 리뷰를 읽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 서점인들은 한국 책방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친근함을 표현했다. 유통구조와 문화는 다를지언정 국경을 넘어 모든 서점인이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의 안부...
의심보다 믿음이 더 쫄깃하다, <괴물>의 김수진제1454호 드라마 <괴물>(심나연 연출, JTBC)은 그야말로 ‘괴물’ 같은 작품이었다. 20년 전의 살인사건이 재연되는 경기도 문주시 만양 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살인 용의자이던 이동식(신하균 분), 신입 경찰 한주원(여진구 분)이 서로를 의심하며 극을 이끌고 나간다. ...
차별·억압과 싸우는 사랑은 힘이 세다, <마인>의 백미경제1454호 백미경이 조형한 세계는 ‘힘의 분배’로부터 주요 골자가 완성된다. 한 사람에게 너무 몰려버린 힘은 오히려 그 사람을 옥죄며 자신을 감추게 하지만, 비로소 그 힘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힘쎈여자 도봉순>) 타인의 모든 힘을 빼앗아가는 게 목적인 사람과 제 몫만을 정당하게 요구...
재미있다, 톡톡 튄다, 따뜻하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윤성호제1454호 독립영화를 챙겨보지 않더라도 ‘윤성호’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하다. 2021년 공개된 12부작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가 초창기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장르의 사각지대에 새겨넣은 삐딱한 청춘, <글리치>의 진한새 작가제1454호 “이상하다, 세상이 너를 미쳤다고 하네. 그런데 괜찮아. 나도 너와 같아.” -<글리치><인간수업>의 지수(김동희)와 규리(박주현), <글리치>의 지효(전여빈)와 보라(나나)는 모범적 인생의 궤도에서 슬쩍 이탈한 뒤 결속한다. 나쁘거나 미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