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철은 어떻게 진양철이 되었는가제1451호 아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진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순양그룹 창업주 진양철이 그렇게 인기를 모을 줄은. 배역을 맡은 이성민의 신들린 연기도 한몫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양철 붐’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기업의 역사를 기업가 개인의 인생 역정과 겹쳐보는 데 익숙하다. 그쪽이 훨씬...
ChatGPT 뒤엔 케냐 노동자가 있어[노 땡큐!]제1449호 ChatGPT는 인공지능 챗봇이다. 사용자가 무엇을 질문해도 그럴듯한 대답을 해주고, 가끔은 농담도 한다. 단순한 오락용 기술이 아니라 실제 논문이나 리포트에 응용해도 될 정도로 정제된 문장력과 정보구성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마존엔 ChatGPT를 이용해 쉽게 책 한 권을 써 판매 중인 ...
‘연기 잘알’ 김신록이 25명과 연기를 이야기했다제1450호 뜨거웠다가 차갑게 식는다. 찢어지게 가난했다가 떵떵거리게 여유롭다. 말을 더듬다가 속사포로 쏟아낸다. 녹색 잎으로 물들어 단풍이 되고 잎을 모두 다 떼어냈다가도 어김없이 다시 꽃을 피워낸다. 천변만화의 계절을 신록처럼 쨍하게 표현한다. 배우 김신록이 그렇다. <지옥>(2021...
일본 경찰 따돌린 아버지도 딸의 얼굴이 궁금하단다제1449호 “옥(玉)아! 나는 너의 아부지란다. 너는 나의 얼굴을 기억도 못할 것이다. 너도 지금은 6학년이라지. 퍽 컸겠구나! 내가 집을 떠날 때에는 너 나이 다섯 살이었었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든지 다섯 살 먹은 성옥이의 얼굴만 눈앞에 떠오른다.”1아빠 이관술은 어린 딸에게 편지를 썼다. 감옥에서 쓴 ...
돈 내면 감형해드립니다?제1450호 성범죄 재판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됐다. ‘성범죄 전담’임을 홍보하는 법무법인과 각종 감형 컨설팅 업체는 가해자들에게 감형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55만원에 ‘반성문 2부, 탄원서 2부, 근절서약서 1부, 심리교육수료증(3일), 상담사 의견서(3일), 소감문’ 등을 사는 식이다. 돈을...
나와 엄마의 ‘시금치 김밥’제1450호 명절 때만 얼굴 보는 사이지만 작은엄마를 참 좋아한다. 결혼하고 처음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나와 동생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잊히지 않는 상냥함이 있다.7급 공무원으로 경기도 소재의 세무서에서…
읽는 일에서 ‘끝’이면 얼마나 좋을까제1450호 기억이 정확하다면, 일간지에 첫 ‘신간 리뷰’를 쓴 것은 2011년 11월이었다. 아홉 해 전 세상을 떠난 (그리운) 구본준 기자가 당분간 <한겨레>에 신간 리뷰를 써달라고 했다. 하는 일 없이, 태평하게 세월만 보내는 후배가 눈에 밟혀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써보라며 처음 맡긴...
시골에서 일의 미래를 외치다제1450호 흔히들 기회를 찾으려면 ‘도시로 거점을 옮겨라’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에 역행하는, 미래에서 온 노동자인 내 친구 젠이 있다. 노마드(유목인) 인프라가 잘 갖춰진 관광도시도 많은데, 그는 유독 남들 안 가는 시골만 골라 다니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필리핀 섬마을 시아르가오에 머물던 그와 원격(리모트)으로 협업...
길 뒤의 길, 글 뒤에 글 [노랑클로버-마지막회]제1449호 2020년 1월8일부터 ‘노랑클로버’를 연재했다. “첫 글에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클로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들어가니까 ‘노랑클로버’ 어때?”라는 큰이모의 제안으로 이름을 붙인 투병기 칼럼이었다. ‘다카야스동맥염’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병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글을 쓰면...
뉴진스에는 광야 같은 세계관이 왜 없을까제1449호 요즘 취미로 걸그룹 댄스를 배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충격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성질이라는 뜻)을 익혔다. 이 곡의 포인트 안무 이름은 ‘머슬캣’(Muscle Cat)인데, 뽀빠이처럼 팔을 들어 근육을 자랑하고 절벽을 타듯 앞발질한다. 원래 고양이 발 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