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얼마나 죽어야 기사가 되나요제1457호 *이 글에는 <보스턴 교살자>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20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관람한 뒤 한 달 동안 밤길을 달렸다. 운동은 아니었다. 귀갓길에 나무 덤불이 무성한 구간이 있었다. 영화에서 살인마가 덤불...
원고를 읽는 게 ‘일’이 되면 ‘일’이라고제1457호 “무슨 일을 하세요?(팀)/ 출판사에서 원고 보는 일을 해요.(메리)/ 말도 안 돼! 돈을 받으며 책을 읽는 거예요?!(팀)/ 네, 맞아요. 원고를 읽는 게 직업이죠.(메리)/ 정말 멋지네요. 이거랑 비슷하잖아요. ‘무슨 일을 하세요?’ ‘숨 쉬는 일을 해요. 돈 받고 숨을 쉽니...
얼룩말 세로의 탈출: 우리 시대의 초현실제1457호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바로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골목길에서 배달노동자와 마주 보는 장면이다. 말과 인간 모두 이 낯선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세로에게 현실이란 좁은 울타리 안 사육장이었다. 그에게 생애 처음 박차고 나온 동물원 밖의 사물과 지형...
우리는 멈출 수 있다, 내려놓을 수 있다제1456호 “미래가 보이는 저기 저 빛에서” ―<내게 손짓하는 노래>, 새소년 《여름깃》글을 쓰기 전에는 목욕재계(沐浴齋戒)하듯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선배가 있다. 어질러진 책상이 떠올라 돌아가면 청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새 마음이라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다.가족과 ...
‘레이와의 괴물’ 탄생의 비밀은 기다림제1456호 2011년 3월11일.그날, 진도 9.1의 일본 관측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지진뿐만이 아니었다. 초대형 쓰나미까지 덮쳐 동북부 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사상자만 2만 명이 넘었다. 끔찍한 재난이 닥친 그때, 9살의 사사키 로키는 이와테현...
‘공동체적 복수’가 가능할 때 ‘가해자 연대’는 무너진다제1456호 *이 글에는 <더 글로리>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10일, 함께 대화하던 지인이 주섬주섬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집에 가서 저녁 먹고 <더 글로리> 봐야 해서 그럼 전 이만.” 그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
이 시대의 새로운 구루 ‘스타 강사’제1456호 2023년 2월17일, 서울대 사범대학의 새내기 새로배움터 행사 현장. 사범대 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이날 축사의 연사는 바로 사설 학원 이투스 소속의 스타 입시 강사, 이지영이었다. 해당 녹화 영상은 이지영 강사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 일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몰며 100...
연어의 생존은 곧 지구의 운명제1456호 연어는 폭포를 만나도 주저하지 않는다. 몸통을 곧추세우고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솟구친다. 물살을 써서 자기 몸의 두세 배인 2~3m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뛰고 또 뛰며 끝까지 몸을 던질 줄도 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를 떠돌다 강 상류로 돌아오는 삶을 살며 진화해온 결과다. 우리나라 연어는 동해에서...
이런 글은 당신보다 챗지피티가 100배 잘 쓴다제1455호 챗지피티(ChatGPT) 열풍이 좀처럼 식을 줄 모릅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고, 논문 초록을 작성하며, 짧은 소설까지 써내는 이 대화형 인공지능이 불러올 파란에 대한 논의가 무성합니다. 언론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럴듯한 정보를 만들고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는 인공지능은 좋든 싫든...
‘전제’란 일종의 ‘연극’은 아니었을까제1455호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라는 말이 있다. 동양은 무소불위의 지도자와 약탈적 관료집단에 수탈당하며 영원히 야만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꽤나 고약한 이야기다.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지만, 누군가는 최근 중국을 보며 이 말이 완전히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