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도로 위에서 만난 원수, 사실은 나였네제1461호 *이 글은 <성난 사람들>의 주요 장면과 결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세상에 태어나서 이런저런 선택을 하다가 정신이 들어보니 여기네.” 마치 인생을 요약해놓은 듯한 이 말은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에서 대니(스티븐 연)...
유자광, 그 손 안에 한번도 없었던 세상제1461호 역사학에는 ‘인물사’라는 장르가 있다. 특정 인물로 그 시대의 역사상을 복원해내는 것이 목표다. 이제는 너무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한때 수많은 인물평전에 관행적으로 붙던 “○○와 그의 시대”라는 제목은 인물사의 주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승 정두희가 남긴 미완의 유작을 제자 계승범이 완성한…
15초 쇼츠 보다가 1시간 훌쩍 지나는 이유제1451호 현재 이모티콘은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각적이고 직관적이다. 게다가 각종 드라마 장면을 인터넷 밈으로 이용하면 맥락을 더해 복잡미묘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별다른 언어적 표현 없이도 이를 개인의 내면을 대신하는 매체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오죽하면 오로지 이모티콘…
레즈비언의 시간을 팝니다제1461호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로 많은 여성에게 성차별적 언어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준 이민경이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어학원을 차려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여성들을 국외로 내보낸다(!)는 소문을 들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프랑스어를 배워도 되려나. “세상이 순서를 정해주죠. 영어 다 하고...
‘방귀쟁이 며느리’ 동화는 나쁜 이야기일까요?제1461호 “아빠 시집살이가 뭐야?”지난 주말(2023년 4월23일)에 윤겸이와 전래동화 ‘방귀쟁이 며느리’를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윤겸이는 여섯 살로, 아저씨 딸이랍니다. 전에도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장을 펴자마자 또 궁금한 게 나오네요. ‘시집살이’처럼 요즘은 보기 드문 풍습이 전래동화에는 많이...
조선이 사라진 시대, 조선인으로 남은 사람들을 그리다제1460호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이’와 ‘저’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지대들, 그 지대마다 완전히 그 지대에 속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두 개의 완전수 사이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무수한 소수들처럼. (...
엄마랑 살았는데 왜 난 고아일까 [노땡큐]제1460호 동화책을 쓰다보니 간혹 외국 한글학교에 파견을 나가는 일이 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유럽 쪽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여러 번 하셨다. 한국 입양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글학교에 문의하는데, 그들이 법적으로 한국 교민이 아니다보니 한국의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그대들을 잊지…
아기는 혀짤배기, 노인은 쉰 소리…성대도 나이 들지만제1460호 몇 년 전부터 오디오북을 즐겨 듣습니다. 책은 눈으로 읽어도 좋지만, 그윽한 목소리의 소유자가 조곤조곤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꽤 기분 좋은 일입니다. 특히 집안일이나 운전할 때처럼 눈을 책에 고정할 수 없을 때, 오디오북은 좋은 친구이자 졸음을 쫓는 도우미가 돼줍니다. 오디오북을 듣다 문득 이런 ...
제 첫 책, 나오기는 할까요제1460호 첫 책 작가에게는 책을 쓰고 만드는 모든 과정이 처음이다. 과정마다 경험하는 감정도 마찬가지. 첫 책을 계약하는 순간의 기쁨과 설렘이 지나간 뒤에는 수많은 부정적 감정(근심, 걱정, 불안 등)을 처리하느라 힘들어하는 작가가 많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양상은 다르지만, 신입 작가를 집어삼키는 어두운 생각은 카테고…
마차의 ‘커리어’ 대신 자유롭게 뛰는 말처럼제1459호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성공한 창업가들이 ‘자퇴 신화’를 만들었다. 스타트업 신에서는 자퇴가 성공의 신호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자퇴’라는 단어에는 자유, 저항 그리고 용기가 깃들어 있다. 가던 길을 이탈하고 새로운 걸 시작해도 괜찮다는 용기. 그게 우리가 자퇴 신화에서 얻고 싶은 대리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