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세계를 살아가는 ‘비인간’을 자처하며…나이고 싶은 최의택제1469호 충남 천안의 한 고층아파트 33층. 전동휠체어에 앉은 청년이 가늘고 긴 손으로 컨트롤러(손잡이)를 움직였다. 휠체어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거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통창 가까이 다가갔다. 청년은 멀리, 이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고층빌딩과 낡고 낮은 주택 건물들이 균질하지 않게 어우러진 풍경이었다.“여길 나가면,...
당신이 봤지만 기억 못하는…비인간, B인간, 悲인간제1469호 “다운증후군 아기를 치우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다. ‘치운다’는 말이 요양원에 보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하건, 아니면 보다 치명적인 결과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의미하건 말이다. 진정한 죄책감은 사람에게 범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생겨나는데, 다운증후군을 가진 존재는 사람...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구원받는다…‘정순애 식당’제1469호 아르몽 작가의 <정순애 식당>은 2021년 봄에 완결된 웹툰이다. 나는 이 웹툰이 처음 나온 2019년 11월의 1화부터 완결까지 함께 달린 독자다. 2019년 11월은 내가 큰 병을 진단받고 채 두 달이 되지 않아서 격변기라 할 수 있었다. 그때도 나는 매일...
윤석열 정부 ‘무속 논란’…무당과 연구자는 어떻게 볼까제1468호 건진법사, 천공스승, 혜우스님, 무정스님….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무속 논란’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이 ‘커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신 정순덕 무녀와 종교학자인 김동규 박사. <한겨레21>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두 사람을 찾아 ‘진짜’ ...
“48시간 안 잘 수 있나요?” 면접장의 질문, 어느 업계?제1468호 “48시간 정도, 안 자고 깨어 있을 수 있으신가요?” 어떤 직업군이길래 채용 면접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까. 멍한 면접자에게 보충 설명이 날아온다. “한 번 시스템이 바뀌면 나라마다 근무 안 하는 시간에 맞춰서 쭉 (작업분을) 반영하고, 모니터링도 해야 해서.” 감이 오시는지. 국내 게임회사 ...
이렇게 돈까지 쓰는데 팬의 마음을 좀 알아달라고!제1468호 ‘긍정 확언’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다.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긍정적 문장을 쓰거나 말하는 것이다. 세상은 서로에게 긍정 바이러스가 돼주자고 주문을 건다. 창업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다보니 ‘긍정 열매’를 먹은 수많은 예비창업가를 만나게 된다.그런데 이번 글리치 해커톤에서 ‘포카티카'라는 아이템으로 1등을 거머…
그 중국인 부부는 잘 지내고 있을까…덩리쥔 들으며제1468호 어릴 때 잠깐 중국어학원에 다녔다. 초등학교 가는 길에 있는 문방구를 지나 골목에 들어서면 같은 반 친구네 칡냉면집이 보였다. 그 집 2층이 중국인 부부가 하는 학원이었다. 1년 정도 다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만뒀다. 그때 배운 중국어는 거의 다 까먹었지만 네모난 사탕과 교실에서 부르던 노래만은 생생...
“너 인생 2회차지?”…이런 말 듣는다면제1467호 “이날이 인생 1회차의 마지막 날인 것 같다.” 에스에프(SF) 같지도 미스터리물 같지도 않은데, 의미심장한 말이 초반에 나옵니다. <브러쉬 업 라이프>(왓챠, 2023년)는 오랜만에 본 신나는 일본 드라마입니다. 콘도 아사미는 공무원입니다. 대민업무를 할 때면 민원인들이 단지...
생활도서관은 살아 있다제1467호 내게는 도서관에 자주 올 수 있는 삶이 ‘좋은 삶'이라는 기준이 있다. 정신없이 바쁠 땐 필요한 책이 있어도 택배로 주문하지 도서관에서 검색해볼 여유조차 없으니까. 감사하게도 요즘 동네 도서관에 자주 간다. 집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언덕 위에 있는 도서관에 도착하면 몸도 머리도 적당히 달궈진다. 이 도서...
런던의 비싼 거리에 오래된 서점이 있는 이유제1467호 영국 런던의 지명이나 거리 이름은 고구마 같다. 땅을 파야 고구마를 캘 수 있듯 이름 아래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알아야 이해된다. ‘코번트가든’이라는 지명을 처음 듣고는 공원인가 했다. 천만에, 런던 최고의 쇼핑거리다. 13세기 수도원으로 시작해 1666 년 런던 대화재 이후 도로가 정비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