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빗고 글은 덜어내야…문체를 쌓아가는 법제1480호 지난번 글에 ‘문체는 곧 그 사람이다’라고 했죠. 이렇게 말하고 나니 글 쓰는 데 부담감을 더 안겨주겠다 싶더군요. ‘글이 이렇게 진부하고 지지부진한 걸 보니, 내 삶도 이 모양 이 꼴인가?’라는 생각에 글쓰기가 싫어지고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나의 한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을 쓰…
삶이 구겨질 때면 ‘시를 노래로 부르는’ 형의 음악을 듣는다제1480호 오래전 경기도 안산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축구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 몇 명과 꼽사리를 꼈다. 형은 실력이 시원찮은 나를 살뜰히 챙겨줬다. 나는 뛰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운동장 한편에 한 여자아이가 미끄럼틀을 타며 혼자 놀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차는 이주...
자전거 초보, 1만2500㎞ 달리며 “플라스틱은 필요 없어요”제1479호 “필요 없어요!”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자 신혜정(38)씨는 1만2500㎞ 여정 중 이 말을 가장 많이 외쳤다. 외친 장소는 주로 빵집, 노점 등 먹거리를 파는 상점. 상인들이 비닐봉지에 음식을 넣기 전에 재빨리 외쳐야 한다. 천천히 개미를 보면서 자전거를 끌고 신혜정씨는 2018년 5월1...
‘양복쟁이는 쉽게 항복하고, 교수는 오로지 설명만 한다’제1479호 2023년 6월 나는 ‘챗지피티 워’(ChatGPT WAR)라는 행사의 1부를 연출했다. 40분 동안 관객 100여 명과 소통하면서 생성인공지능(AI)을 매개로 2044년 서울을 배경으로 짧은 사이버펑크물을 만드는 실험이었다. 인간이 상황 설정을 주고 일부 문장을 쓰고 ...
베네치아에 곤돌라 있다면, 파리에 부키니스트 있다제1479호 오래전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체류시간은 단 하루. 에펠탑 아래서 사진 찍고 불타기 전 노트르담성당을 보고 루브르박물관을 뛰어다녔다. 그다음 파리를 갔을 때 오르세미술관과 퐁피두센터를 방문했다. 세 번째 파리를 방문해서야 센강의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다. 센강 주변에는 루브르박물관이나 개선문 같은 역사적 건…
황윤 “마지막 새만금 목격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제1478호 영장류인 인간의 눈은 빨강·초록·파랑 세 가지 색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새는 자외선 색까지 더해 네 가지 색을 조합해 세상을 본다. 그중 도요새는, 빛을 받아들이는 기관(중심와)이 ‘보통 새’보다 하나 더 많은 두 개다. 얼마나 선명하고 다채로운 세상을 보고 있을까. 그러나 개발업자와 그 ...
서울역서 여성 홈리스 본 적 있나요…‘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제1478호 거리의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사는 사람을 ‘홈리스'라고 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홈리스 수는 1만4404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약 23%(3344명)가 여성 홈리스이지만,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기록된 바가 많이 없다. 목격조차 어렵기 ...
코뿔소 등에 올라타는 코끼리…상아사냥이 만든 비극제1478호한때 인터넷에 돌던 엽기 사진이 있습니다. 코뿔소 등에 올라타 짝짓기를 시도하는 젊은 수컷 코끼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다 자라면 3t에 이르는 거구를 자랑하는 코뿔소인지라 어디서 체급으로 밀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육중한 코뿔소라 할지라도 최대 6t까지 자라는 아프리카코끼리 수컷에 비하면 가냘...
조선에 모두 침 바르면 아무도 못 먹는다, 위안스카이와 ‘비공식 제국’제1478호 2023년 6월, 뜬금없이 100여 년 전 중국인의 이름이 한국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 주인공은 1885년부터 1894년까지 조선에 청국 주차관으로 부임한 위안스카이(袁世凱, 원세개). 6월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며 보인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가 사실상 ‘감...
오펜하이머, 핵폭탄 장면 아니고 무엇에 놀란?제1477호 *이 글에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이것은 블록버스터다. 이게 어째서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크리스토퍼 놀런이 원자폭탄을 발명한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두의 관심은 오펜하이머가 아니었다. 핵폭탄이었다. 1억달러(약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