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농사는 좀 게을러야 한다지만…심기일전하니 성공적제1470호 퍼붓던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날이 푹푹 찐다. 달아오른 공기 속 물방울이 보이는 거 같다. 장마가 시작됐다.텃밭 농사꾼에게 장마는 봄철 농사가 마무리됐음을 뜻한다. 이르게는 2월 말에서 3월 초 거름을 넣고 밭을 만드는 것으로 봄철 농사를 시작한다. 봄 농사는 흔히 ‘게을러야 한다’고 한다. 날이...
아무 목적 없이 일 시작하면…올지도 몰라 글 쓰는 계기제1470호 어떤 사람이 글을 쓰면 좋을까요?가끔 말의 감수성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거나 원고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일터 민주주의를 위한…’,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넘어서기 위한…’,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과 같이 앞에 붙는 수식어가 달라지긴 하지만, 결국 말에 대한 감수성을 어떻게 키울...
평생을 역사에 헌신한, ‘부끄러움’을 아는 어른 강만길제1470호 역사학자 강만길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 한국 역사학계 거인이라 불린 그의 죽음에 대중의 반응은 자못 차분하고 담담했다. 아니, 차라리 ‘무반응’이었다고 쓰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당연하다. 강만길을 세상에 알린 ‘분단시대’라는 화두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
감독님, 지금 제정신이에요?…‘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혼란제1470호 *이 글에는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감독님, 지금 제정신이에요?”(Are you okay, Ari?)2023년 4월1일 미국 뉴욕의 한 영화관에서 미개봉 신작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이하 <...
보이게 만든 손…최의택 작가님, 고맙습니다제1470호 4년여 전,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일이다. 산부인과에서 태아 장애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다운증후군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 확인하기 위해 자궁에 주삿바늘을 찔러넣는 양수검사를 해보자는 얘길 꺼냈다. “지금 양수검사를 받으면 유산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지금은 양수검사를 하는 시기가 아니라고 ...
만수무강 위해 돈부터 벌어야? 꼭 그렇진 않다제1470호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짓밟고 목숨을 빼앗았던 폭군이 인과응보를 받아 목숨을 잃습니다. 사신(死神)조차 때려눕힐 것만 같이 건장한 육체의 소유자도, 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고 태어난 듯 운이 좋은 사람도, 지구상 모든 땅을 소유할 만큼 부를 축적한 사람도 결코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심지어 죽음...
군사를 자처한 정조가 “뒤쥭박쥭”이라고 쓴 이유제1470호 흔히 언어를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얼핏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말에 사실 어폐가 있다. 언어와 생각이 별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언어를 벗어난 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어떤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느냐는 그 자체로 역사 연구의 중요한 주제다. 장지연의 <한문이 ...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게 능력…그 배경음악제1470호 요즘 시대에 누가 블로그를 보나 싶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블로그의 업데이트가 있다. 철학자 지니의 블로그다. 나는 그를 서브컬처 마니아인 친구 오다록의 추천으로 알게 됐는데, 이후 내 주변은 모두 지니의 팬이 돼버렸다. “누군가 철학을 꼭꼭 씹어 뱉어낸 모양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이 생김새가 그대...
일제의 침략으로 끊긴, 서울의 옛 삼남길을 걷다제1469호 “숭례문 남쪽으로 이문동을 지나 배다리(주교), 청파역, 돌모루참(석우참)까지 4리이고, 와요현(기와가마고개), 밥전거리(반전거리)를 지나 동작나루에 이르기를 8리, 숭례문에서는 12리 거리이다. 8대로를 보라.” ― 김정호, <대동지지>, 1866년“청파 역졸 ...
어머니의 조현병에는 이유가 있었다…“정의 회복 프로젝트”제1469호 한국전쟁 시기, 분유는 국제사회가 한국으로 가장 많이 보낸 물품 가운데 하나였다. 전쟁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는 대다수 한국인에게 분유는 중요한 영양소 공급원이었다. 분유를 물에 타서 끓인 죽은 살아남으려면 먹어야만 했다. 비록 한국인 10명 가운데 5∼7명이 유제품에 든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