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파’ 손님까지 유혹하는, 여기가 비건식당?제1485호 2023년 10월15일 일요일 오후 3시30분. 발효 바(bar) ‘천년식향’의 브레이크타임(쉬는 시간)이다. 안백린 셰프가 음식이 담긴 팬 10여 개를 높이 쌓아 나르고 있었다. 이틀 뒤 예약한 단체손님을 위해 밑작업을 한 요리다. 그는 함께 일하는 직원과 팬 10여 개를 더 나른 ...
좀비에 쫓겨도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위아더좀비’제1485호 이명재 작가의 작품 <위아더좀비>는 좀비 사태가 터진 뒤 서울의 큰 타워에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중의 공권력은 서울타워에서 좀비 사태가 터지자 감염인이 나가지 못하도록 타워를 봉쇄한다. 주인공 김인종은 친구들과 함께 서울타워에 놀러 갔다가 좀비 사태가 벌어져, 좀비에게 친구들을 모두 ...
영국 여왕은 엘리자베스, 서점의 여왕은 크리스티나제1485호 영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재위한 국왕은 엘리자베스 2세다. 1952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70년을 왕좌에 머물렀다.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으로 군림하던 시기, 서점업계에도 이에 버금가는 여왕이 있었다. 창업자인 아버지 윌리엄 포일의 뒤를 이어 1960년대부터 포일스(Foyl...
스텔라 황 “슬픔에 공감하되 자신을 괴롭히진 않길”제1485호 어떤 탄생은 죽음과 함께 온다. ‘죽을 운명을 안고 태어난 아기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살리지 못하는 의사가 될 때’의 경험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레지던트 시절 생후 14개월 아이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첫 사망선고를 해야 했던 기억, 가족이 떠난 병실에서 손바닥만 한 미숙아가 죽어갈 때 숨죽여 ...
곁에서 오래 머물며 불편을 견뎌낸 문장제1484호 곳과 곳의 사이를 보기 위해 오늘의 날씨가 탄생하는 곁으로 가서 쓰세요. 등장생물의 곁, 등장시간의 곁, 등장공간의 곁. 곁에서 오래 머물 때 비로소 생물과 생물, 때와 때, 곳과 곳의 사이가 보이는 법입니다. 그 사이가 만들어지고 선명하게 벌어졌다가 흐릿하게 사라지는 과정이 담긴 글이라면 정확하면서도...
문장의 길이 어떻게 할까…군악대보다 새떼의 감각으로제1484호 오늘은 좀 ‘얄팍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리석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문장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짧게 쓰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고, 짧게만 쓰면 글이 유치해 보이니 길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장 얘기를 하려니 지레 겁나기도 하고 난감한 마음도 드는군요. 조금 돌아가보겠습...
우리들의 지난날,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운 거야제1484호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를 따라 야학에 갔다. 국어 과목을 맡고 싶었지만 국어교육과 학생이 이미 와 있었다. 그래서 중학교 국사 과목을 가르치게 됐다. 내가 간 야학에는 오륙십 대 학생이 많았다. 어머니뻘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내내 부족한 실력이 들통날까봐 마음을 졸였다. 우리 야학은 고…
이 사람은 나중에 거장이 됩니다제1483호 미디어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후일담이 넘친다. 인터넷은 아주 빛나거나 아주 어두운 것에 클릭이 쏠린다. 매일 스크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도전의 시작은 대부분 작고 하찮을 수밖에 없는데, 성공담에 길든 우리는 이것을 시시하게 느낀다. 평범한 존재들의 기록도 필요하지 않…
‘7인의 탈출’…김순옥표 매운맛? ‘펜하’보다 죽을맛!제1483호 *이 글은 <7인의 탈출> 주요 장면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죽을 맛.” <7인의 탈출>(SBS) 제작 발표회에서 배우 엄기준은 드라마를 이렇게 정의한다. “매운맛, 마라 맛 그 이상”이라는 의미다. 과연 그랬다. 첫 회부터 여고생이 학교에서 ...
파리의 카페 옆에는 서점이 있다제1482호 “파리의 카페 옆에는 서점이 있다.”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객원교수를 한 사회학자 정수복의 말이다. 사실 다양한 카페로 말하자면 서울만 한 곳이 없다. 하지만 카페 옆에 서점은 없다. 영국 런던의 서점은 카페를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박물관 인근의 런던리뷰서점(London Re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