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힘차게 이야기판 휘젓고 다니기를!…손바닥문학상 수상작제1492호 제15회 손바닥문학상에는 글 120편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주제는 ‘오늘의 날씨’였습니다. 2023년 12월3일 김탁환 소설가,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최종심에 오른 13편을 읽고 당선작을 골랐습니다. 대상에 이담희 ‘모...
평판 전쟁…당신도 언젠가 나락 갈 수 있다제1491호 시작은 2022년 ‘나락도 락(rock)이다’라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티셔츠나 스티커 등의 굿즈로 불티나게 찍혀 나올 때였다. 지옥을 뜻하는 불교 용어 ‘나락’(那落/奈落)은 몇몇 개인 방송 그리고 주식 커뮤니티에서 실수나 실패를 강조할 때 쓰이다가, 2023년 유튜브 ...
서울의 봄, 악당이 승리한 스포일러 역사 뚫고제1491호 개봉 엿새 만에 2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아 암울했던 2023년 한국영화계의 막판 구원투수로 떠오른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은 이제껏 한국영화가 제대로 다룬 적 없었던 12·12 군사반란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전두환을 스크린 한복판으로 소환한다. 영화는 1979년 1...
책방의 밤, 소리 내어 함께 읽기 “다르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제1491호 일주일에 한 번 마을에 있는 책방에 나가 일한다. 이사하고 얼마 뒤 어떤 일로 책방 문을 두드렸다. 그 인연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리 내어 시를 읽는다. 한 편의 시를 한목소리로 또박또박 읽는다. ‘하나둘’ 하는 신호에 다 같이 시를 읽는 경험은 특별하다. 모두 같은 것을 앞에 두고 다른...
식물유치원, 재개발단지 출신들 동창회가 열렸습니다제1491호 2023년 11월25일 저녁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 부근 지하도를 나와 재활용품이 늘어선 재활용센터와 중장비 사이를 지나자 철제 셔터가 굳게 닫힌 2층 건물이 나왔다. 건물 옆 가파른 철제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문을 열자 연둣빛 어린잎을 매단 레몬나무 모종, 바싹 마른 진갈색 씨방에 ...
‘서울 구로동’ 하면 떠오르는 것들제1491호 서울시 ‘구로동 토박이’인 20대 젊은 필자 박진서가 패기만만하게, 때론 더듬더듬 기억을 돌이키며 ‘고향’을 그려낸다. <구로동 헤리티지>(한겨레출판 펴냄)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다. 저자의 ‘나의 구로동’과 행정구역상 ‘구로동’은 다르다. ‘지도상 구로동’인 대림역은 ...
대륙 뺨치는 스케일에 시장 좌판 같은 활력이제1490호 여행기는 언제나 그것이 타자의 시선(임)을 보증한다. 여행이라서 허용되는 ‘무지’가 있다. 한편 여행이기 때문에 노출되는 이 무지의 감각은 대상에 대한 관습과 신비를 동시에 깨기도 한다. 게다가 가이드가 있는 단체 이동인 경우, 눈앞의 전시와 미술관이 흘러가는 대로 동선이 짜인다. 2023년 11월17...
가장 아름다운 비밀은 쓰지 않아요제1490호 그는 자주 오해에 시달린다. 책 5권을 내고, 메일링 구독 서비스 ‘유지혜 페이퍼’를 시즌15까지 진행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가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나 사랑스러운 사진을 보며 ‘작가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행지에서 글을 써온 이력도 한몫한다. ‘뉴욕을 또 가요? 여행...
가짜 환자지만 정신병원 입원에 성공했습니다제1490호 내 정신상태는 정상일까? 몸에 상처가 났거나 골절로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혈압과 혈당처럼 각종 검사로 수치를 측정할 수도 없다. 한 개인의 정신이 온전한지 이상이 있는지를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과거엔 여성이 남편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인 사람에게 끌린다는 이유로…
당신의 ‘상상 속 서울’은 어디까지인가제1490호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서울’이라는 유령이. 2023년 10월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비단 두 도시뿐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다름 아닌 김 대표가 인정했듯 기실 운동장 금을 새로 긋는 일에 불과한 ...